우정의 글/우정 시선

친구

BK(우정) 2019. 7. 27. 06:23




친구

 

 

출근길

문득 안부가 궁금하여

친구 사무실에 들렀다

 

1년여전 개업한 사무실은

그대로였고

그 때 보내 준 축하 화분만

훌쩍 커 있었다

 

자기가 잘 키웠다고

굳이 사진 한 컷을 찍으란다

자세를 잡는다

서로 키득거리면서

 

대기업 임원으로

세계가 일터였던 그의 무대는

다섯 평 남짓 사무실

여직원 1

 

수십 년간 습관처럼 던진 질문

'좀 어때?'

습관처럼 돌아오는 대답

'그럭저럭'

 

한 때는

세계 반도체 경기가 그럭저럭

지금은

여직원 급여는 나오나 보다 그럭저럭

 

50대 아저씨의 레시피가 들어 간

냉커피 한 잔

'언제 대포 한 잔 하자'

습관이 된 인사말

 

혼자 내려가기도 비좁은

계단을 내려오는데

 

뒷모습을 배웅하는

그의 얼굴이

잿빛 형광등 아래 슬프다

 

거리에는

비를 예고하는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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