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출근길
문득 안부가 궁금하여
친구 사무실에 들렀다
1년여전 개업한 사무실은
그대로였고
그 때 보내 준 축하 화분만
훌쩍 커 있었다
자기가 잘 키웠다고
굳이 사진 한 컷을 찍으란다
자세를 잡는다
서로 키득거리면서
대기업 임원으로
세계가 일터였던 그의 무대는
다섯 평 남짓 사무실
여직원 1명
수십 년간 습관처럼 던진 질문
'좀 어때?'
습관처럼 돌아오는 대답
'그럭저럭'
한 때는
세계 반도체 경기가 그럭저럭
지금은
여직원 급여는 나오나 보다 그럭저럭
50대 아저씨의 레시피가 들어 간
냉커피 한 잔
'언제 대포 한 잔 하자'
습관이 된 인사말
혼자 내려가기도 비좁은
계단을 내려오는데
뒷모습을 배웅하는
그의 얼굴이
잿빛 형광등 아래 슬프다
거리에는
비를 예고하는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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