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첫사랑 (K-Light, 2018년 1월)

BK(우정) 2019. 7. 24. 05:55

 


 

 

 

첫사랑

 

 

 

 

 

사랑이 사랑인 줄을 알았을

 

그녀를 태운 꽃가마는 고개 마루를 넘고 있었다

 

 

 

그녀가 냇가에서 빨래를

 

조약돌을 던져 물방울로 치마를 적시면서도

 

그녀가 우물에서 물을 길을

 

몰래 다가가 물통에 버드나무 이파리를 뿌리면서도

 

그녀가 툇마루에서 다듬이질을

 

괜한 마음에 너머로 목청껏 노래를 부르면서도

 

그것이 사랑인지는 몰랐으리라

 

 

 

그녀가 미운 눈을 흘길 때에도

 

그녀가 작은 손을 낮게 치켜들 때에도

 

그녀가 모를 웃음을 지을 때에도

 

그것이 사랑인지는 몰랐으리라

 

 

 

그녀가 연지곤지에 족두리를 쓰던

 

눈물 가득한 눈이 마주쳤을

 

벗들과 동동주 걸치고 뭔지 모를 서운함에

 

괜스리 뒤돌아보고 헛웃음을 지을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리라

 

 

 

고무신을 양손에 들고 숨이 차도록 달려가

 

느티나무에 올라 황혼 속을 떠가는 꽃가마를

 

눈물이 쏟아져 내려 천지가 붉은 색으로 물들어

 

돌아오라고 돌아오라고 목이 메이도록 소리지를

 

이토록 가슴이 저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리라

 

 

 

이별이 이별인 줄을 알았을

 

그녀를 태운 꽃가마는 고개 마루를 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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