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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바흐, Orchestral Suites 1 & 2 (3, 4)

BK(우정) 2019. 6. 5. 16:29

BWV1066~1069 <Orchestral Suites(관현악 모음곡)>은 몇 개의 무곡과 행진곡을 모아서 전주를 붙인 작품이다. 바로크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곡이다. BWV1068의 2악장 중 'Air(에르)' 가 바로 'G 선상의 아리아(Air on G)'로 알려진 곡이다. 오늘날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은 프랑스 궁정 서곡 양식에 독일적인 특성과 취향, 그리고 바흐의 원숙한 대위법과 푸가 어법 등이 결합된 완성도 높은 음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로크 취향과 양식에 바흐라는 거장의 숨결이 빚어낸 〈관현악 모음곡〉은 오늘날 <브란덴부르크 협주곡〉과 더불어 바흐라는 이름을 대표하는 관현악곡의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관현악 모음곡 1번〉 C장조 BWV 1066. 〈관현악 모음곡 1번〉은 네 곡의 관현악 모음곡 중에서 가장 먼저 작곡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718년부터 1725년 사이에 작곡된 것으로 추정된다. 바흐가 교회의 테두리를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기악 음악의 세계에 주력했던 쾨텐 시대(1717~1723)에, 이 작품의 상당 부분을 완성했을 것으로 보인다. C장조의 밝은 분위기 속의 서곡을 시작으로 쿠랑트, 가보트, 포를라나, 미뉴에트, 부레, 파스피에까지 모두 일곱 개의 악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1곡 서곡은 점 리듬을 사용한 느리고 우아한 프랑스 풍 서곡을 반영한 느린 서주부, 그라베로 시작해서 바흐의 정교하고 세련된 푸가가 등장하는 빠른 비바체 부분으로 이어지는데, 프랑스 궁정 취향과 바흐의 개성이 공존하는 이 곡은 화려하면서도 위엄이 느껴진다. 2박자와 3박자가 뒤섞여 등장하며 독특한 리듬감을 만들어 내는 제2곡 쿠랑트와 관악기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제3곡 가보트를 지나면 제4곡 포를라나가 등장한다. 이탈리아 북부에서 유래한 포를라나는 네 곡의 관현악 모음곡 중에서 오직 〈관현악 모음곡 1번〉에만 나온다. 파도를 연상시키듯 유려하게 흐르는 현악기의 반주 위로 오보에와 제1바이올린이 아름다운 멜로디를 선보이는 이 곡은 전체 악곡 중에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다.


두 부분으로 구성된 제5곡 미뉴에트 이후에는 제6곡 부레가 등장하는데, 두 대의 오보에와 바순만 연주하는 트리오 부분이 인상적으로, 이 부분은 원조인 C장조와 같은으뜸음조 관계에 있는 C단조로 전조되어 대조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피날레를 장식하는 제7곡은 활기 넘치는 춤곡인 파스피에이다. 제1파스피에와 제2파스피에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두 번째 파스피에는 첫 번째 파스피에의 변주 형태로 나타난다.


〈관현악 모음곡 2번〉 b단조 BWV 1067.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중에서도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은 곡으로, 폴로네즈와 미뉴에트, 바디네리 등 후반부 악곡들이 특히 유명해 독립적으로 연주되기도 한다. 1721년경에 작곡된 것으로 추정되며, 특히 ‘가로 피리’라 불리는 트라베르소가 독주 악기로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며 오케스트라와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2번은 네 곡의 모음곡 중에 유일하게 단조이다. b단조로 쓰인 〈2번〉은 서곡에 이어 론도, 사라방드, 부레, 폴로네즈, 미뉴에트, 바디네리까지 일곱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바로크 시대 일반적인 춤곡 모음곡에 필수 악곡처럼 등장했던 알르망드나 쿠랑트, 지그 등을 대신해 폴로네즈와 부레가 삽입되고 표제적인 성격을 지닌 바디네리 같은 악곡이 등장한 조합부터 흥미롭다.


제1곡 서곡은 역시 프랑스 풍 서곡 형식과 푸가로 이루어져 있으며, 제2곡 론도는 제목에는 드러나 있지 않지만 가보트 풍으로 쓰여졌다. 이어지는 제3곡은 카논 풍의 느린 춤곡 사라방드이다. 제4곡 부레는 오케스트라 전체가 연주하는 제1부레와 플루트 독주와 현악기 반주로 이루어진 제2부레가 음향이나 분위기 면에서 대조를 이룬다. 제5곡 폴로네즈는 4분의 3박자의 곡으로, 이국적이면서 경쾌한 리듬과 선율이 등장하며 플루트가 화려한 솔로 연주를 들려준다. 평온하고 우아한 분위기의 제6곡 미뉴에트를 지나면 제7곡 바디네리가 마지막을 장식하는데, 바디네리(Badinerie)는 ‘농담’이라는 뜻으로, 춤곡이 아니라, 바흐가 별도로 제목을 지어 작곡한 악곡이다. ‘농담’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무척 쾌활하고 위트가 느껴지는 곡으로 4분의 2박자의 빠른 템포 아래 16분음표로 경쾌하게 진행하는 플루트 선율이 청량감을 선사하는 표제적인 성격의 악곡이다.


〈관현악 모음곡 3번〉 D장조 BWV 1068. 〈관현악 모음곡 3번〉 역시 〈관현악 모음곡 2번〉과 더불어 널리 연주되는 악곡이다. 이 작품은 〈관현악 모음곡 2번〉과 비슷한 시기인, 1722년에서 23년 사이에 완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서곡-에어-가보트-부레-지그까지 다섯 개의 악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악기 외에 두 대의 오보에와 세 대의 트럼펫, 팀파니 등이 가세해 화려하면서도 위풍당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이 곡은 바흐의 음악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G선상의 아리아〉의 원곡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G선상의 아리아〉는 모음곡의 두 번째 악곡으로 등장하는 에어 악장을 독일의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트 빌헬미가 편곡한 것으로, 이후 여러 악기 편성으로 편곡되면서 독립적인 악곡으로 연주되고 있다.


1곡인 서곡은 트럼펫과 팀파니가 마치 왕의 행렬을 연상시키듯 화려하고 장엄한 분위기로 펼쳐진다. 2곡은 〈G선상의 아리아〉의 원곡인 에어로, 춤곡과 유사하지만 춤곡은 아니며, 서정적이고 평온한 선율이 바이올린의 음색을 통해 펼쳐진다. 3곡 가보트는 명랑하고 쾌활한 선율로 바흐의 가보트 중에 가장 유명하며, 네 번째 곡으로 등장하는 부레는 트리오가 없는 짧은 부레로 당김음 리듬이 특징적이다. 마지막 5곡은 바로크 춤곡 모음곡의 끝악장에 자주 등장하는 지그로, 푸가가 사용되지 않은 이탈리아 풍의 지그가 경쾌하게 곡을 마무리한다.


〈관현악 모음곡 4번〉 D장조 BWV 1069.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4번〉은 1725년경 라이프치히에서 완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악기에 세 대의 오보에와 바순, 세 대의 트럼펫과 팀파니 등으로 가장 대규모 편성으로 작곡되었으며, 오케스트라의 총주와 독주 악기 그룹이 만들어 내는 음향의 대비가 가장 극적이고 명확한 곡이기도 하다. 악곡은 역시 프랑스풍 서곡으로 만들어진 서곡을 시작으로 부레, 가보트, 미뉴에트, 레주이상스까지 다섯 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관현악 모음곡 4번〉에서는 레주이상스가 포함된 것이 이색적이다.


1곡 서곡은 느리고 장중한 트럼펫 팡파르로 시작하는데, 이 서곡은 1725년 크리스마스에 라이프치히에서 초연된 바흐의 칸타타 18번, 〈하늘에서 비가 내리며, 눈이 내리며〉에도 사용되었다. 1곡이 크리스마스의 화려한 축제 분위기를 연상시킨다면 2곡 부레는 목관악기가 만들어 내는 파스토랄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느리지 않은 경쾌한 분위기 속에서 목관악기들이 밝고 활기찬 하모니를 만든다. 3곡 가보트는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가 가세해 풍성한 음향의 대비를 보여주는 극적인 부분이며 4곡 미뉴에트는 현악기와 목관악기가 앙상블을 이룬다. 마지막 곡 레주이상스는 춤곡 악장이 아닌 일종의 표제적인 성격을 지닌다. 2번 모음곡에 사용된 바디네리와 더불어 춤곡이 아니라 특정한 정서나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단어가 제목으로 등장한 악곡으로, ‘환희’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에 걸맞게 즐겁고 기쁨에 찬 분위기로 곡 전체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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