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가을의 시

BK(우정) 2019. 5. 16. 06:32





가을의

 

 

취중의 시는 노래처럼 쓰여지지만

취하지 않고 내려가는 시는

생채기 위에 뿌려지는 소금처럼

아프도록 날이 가슴을 도려낸다

 

어두워진 창가, 반쯤 눈을 뜨고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종이 위로

무너지듯 쌓여져 가는 검은 글귀들을 본다.

플라타너스, 땅으로 내려 앉는 이파리들처럼

 

나의 이야기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되어

사람들이 지나는 신작로 위로 내려 앉고

가슴 속이 휑하여진 나는 물러서

낙엽에 묻혀버린 나의 이야기들을 듣는다

 

지난 이야기는 다가 이야기가 되고

다가 이야기는 오랜 이야기가 되어

노래도 아닌, 글도 아닌 모습으로 다가와

젖은 눈동자, 가슴 속으로 흘러 내린다

 

취하지 않고 내려간 글귀들은

플라타너스, 땅으로 내려앉는 숱한 이파리들

나는 낙엽을 밟고, 멀리서 나그네가 되어

주점으로 향한다. 노래처럼 시를 쓰기 위하여


'우정의 글 > 우정 시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의 강  (0) 2019.05.18
강과 구름과 바람과 시간  (0) 2019.05.17
가을은 흘러가고  (0) 2019.05.15
가을에는  (0) 2019.05.14
가을 날, 아내와 딸아이에게 차를 따르며  (0) 2019.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