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가을 날, 아내와 딸아이에게 차를 따르며

BK(우정) 2019. 5. 13. 20:24



가을 , 아내와 딸아이에게 차를 따르며

 


젊은

찬란한 빛깔로 어우러진 봄의 향연

아지랑이가 되어 하늘로 오르던 사랑

 

사랑은

한여름의 폭우와 혹서를 겪고

이제 중년이 되어 가을 앞에 섰다

 

흘러간 세월

곱게 자라 딸아이는 한껏 성숙하고

우리의 머리칼은 가을 서리가 앉아 은색으로 물든다

 

낙엽이 쌓인 들판은

머지 않아 차가운 흰색으로 덮일 것이고

아이는 겨울 속에서 새로운 봄을 맞이할 채비를 것이다

 

우리에게 가을은 황혼이 되고

몸과 마음은 조금 나약해진 모습으로

서로를 의지하며 저물어 가는 겨울을 향할 것이다

 

이제는

가을 들녘, 밀레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시간

다가 겨울을 맞이하며,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여야 시간

 

가을

길을 함께 걸어 아내와 딸아이에게 차를 따르며

사랑과 행복을 찻잔에 담는다

 

젊은 날의 찬란한 빛깔

짙은 녹음, 그리고 갈색의 풍경

머지 않아 다가올 순백색의 날들도 찻잔에 담는다


'우정의 글 > 우정 시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은 흘러가고  (0) 2019.05.15
가을에는  (0) 2019.05.14
공돌이의 글짓기-햇빛은 적외선도 보낸다 - SciT 2  (0) 2018.11.11
균형  (0) 2017.10.22
잡초의 화분  (0) 2016.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