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가을은 흘러가고

BK(우정) 2019. 5. 15. 06:24

 

 

가을은 흘러가고 

 

가을은

석반 위 화분의 그림자가 움직여가듯

소리 없이 천천히 흘러간다

 

가을의 미동을 느끼려면

발 아래의 낙엽부터

머리 위 높은 하늘의 구름까지

천천히, 오래도록 바라볼 일이다

 

이 슬프도록 아름다운 계절은

때로는 가벼운 왈츠가 되기도 하고

혹은 우울한 샹송이 되기도 한다

 

길을 걸으며

발 아래에서, 머리 위 높은 곳에서

소리 없이 흘러가는 가을을 본다

 

어쩌면

가을은 그대로 있고

나의 발걸음이

어딘가를 향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계절은 멈추어 있는데

나의 발걸음이

가로수 길을 지나 고궁을 향하듯

가을을 지나

겨울을 향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