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들/울 집, 울 동네

성북동, 평창동

BK(우정) 2022. 7. 16. 05:44

 

1994년부터 2005년까지는 성북동

2005년부터 2016년까지는 평창동

에 살았다

 

2016년, 집 수리 겸 잠시?

이사 온 이 곳에서

여전히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여기도 북한산 자락이므로ᆢ

 

성북동과 평창동

북한산이 품는 북악의 기슭에서

우리는 살았다

 

 

북악산과 북한산, 산자락 마을의 20여년

새벽 이슬과 아침 해, 불어오는 바람까지

멀리 고향인 듯, 오래도록 입어온 옷인 듯

모든 것이 정겹고 모든 곳이 참 편안하다

 

마을길을 걸으면 예쁜 집들, 작은 골목들

산은 아래로 내려오고, 물소리가 울린다

쉴 무렵이면 눈길을 끄는 갤러리 카페들

깊은 갈색, 아메리카노 향이 산을 오른다

 

 

집 앞 골목길을 오르면 북악으로 이어진다.

오늘은 루트 B, 여유로운 1시간 반의  산책

 

숲길로 가며 적송들의 고고한 자태를 본다

 

중턱에서 멀리로 가까이로 보이는 우리 마을

북한산이 큰 바위 얼굴로 보듬고 있다

 

백사실 계곡을 흐르는 물, 수정의 빛깔

송사리와 올챙이 무리가 바쁘게 움직인다

 

백사 이항복의 별장터, 주춧돌에 앉는다.

백악마루의 바람이 서울성곽을 타고 흐른다

 

한숨 돌리며 바라보는 곳, 구름이 간다

 

 

 

가끔은 학교까지 걸었다

.

.

 

집 뒤로 나서면 북악산입니다

산 길을 오르면 약수터를 지납니다

북악 스카이웨이, 평일이라 한적합니다

 

팔각정, 커피와 담배 한 가치가 좋습니다

남산과 북한산, 성북동과 평창동

두 개의 산과 마을이 양쪽으로 보입니다

 

성북동 주택가를 내려오면

길상사와 성북동 성당을 만납니다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 고요합니다

 

성북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학교에 도착, 근무 시작입니다

 

 

 

윤동주 문학관이 지척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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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지하철역에서 집으로 가는 길

그 길에는 시인 윤동주의 자취가 있다.

부암동 고갯마루의 하얀집, 윤동주 문학관

 

아랫마을, 종로구 옥인동에 하숙하던 시절

시인이 종종 찾았다는 북악과 인왕의 언덕

인왕산 자락의 폐가압장과 물탱크가

아름답고 의미있는 곳으로 재탄생한 곳

 

특히, 일본 유학을 위해 창씨개명을 한 후

아픈 마음을 쓴 '참회록'에 마음이 찡하다.

'...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셀 수 없도록 많은 나의 부끄런 고백들

나의 참회는 어느 곳을 향하여야 하는가

 

문학관을 지나 시인의 언덕을 오르면

백악마루에서 오는 바람, 국화가 흔들린다.

 

 

 

그 앞, 버스 정거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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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오지 않는데, 

파란 하늘 맑은 바람

 

버스는 오지 않는데, 

걸어가는 아이들 카페의 사람들

 

버스는 오지 않는데, 

어제 생각 더 옛날 생각

 

버스는 오지 않는데, 

다가오는 여유 머무는 나

 

 

 

 

심우장에서, 성북동

 

성곽 위를 흐르는 구름도

북악을 내려오는 바람도

잠시나마 머무르는 곳

 

그와 같은 곳에 서서

그와 같은 곳을 바라보지만

그의 가르침은 어디에서 찾을까

 

승려로서 시인으로서

그리고 독립 운동가로서

맑은 감성, 옳은 정신과 용기

 

눈을 감고 귀를 열고

그의 얼굴, 목소리를 기다리지만

님은 보이지 않고 침묵한다

 

 

 

 

심우장에서 더 오르면 닿는, 북정 마을에는

.

.

 

북정 마을에는 시간이 두고간 골목길이 있다

동이 틀녘에 옷소매로 눈가를 훔치며

한껏 내달리던 철없는 아이가 있다

 

북정 마을에는 시간이 두고 간 언덕이 있다

여름 한낮에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홀로 넘어가던 창백한 청년이 있다

 

북정 마을에는 시간이 두고간 툇마루가 있다

고즈넉한 일몰에 지친 몸으로 돌아와

털썩 걸터 앉던 중년의 사내가 있다

 

 

 

 

산아래 마을에 날은 저물고

작은 들창마다 불을 켜는데

정겨운 풍경과 좋은 이웃들

동동주 한잔에 나누는 우정

 

솔가지 바람에 새들은 울고

가을은 다가와 곁에 앉는데

마주치는 웃음 즐거운 덕담

동동주 두잔에 달이 오른다

 

 

04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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