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스 크 바 에 는 비 가 내 린 다
택시를 타고, 비가 그칠 때까지
거리를 여기저기 돌았다
차창 밖의 비 내리는 모습들ᆢ
1990년대 초, 여러번의 출장과 체류
그 때의 모스크바는 침묵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모스크바는 침묵~ 이기를~
택시 드라이버가 제법인 영어로
말을 걸어왔지만 침묵하였다
모스크바에 내리는 비
모스크바에 비가 내리면
모스크바에 비가 내리던 시절이
그리워요
그 시절 나는 젊었지요
그 시절 나는 꿈도 있었지요
이국의 땅 낯선 도시에서
갓 피어난 봄꽃으로
빗물을 받았어요
무언가 생각 밖에 있던 행운이
무지개처럼 피어나기를
기다렸지요
무지개를 너머 더 먼 곳으로
더 크게 활짝 피어나리라
그렇게 희망은 다가왔지요
그렇게 나는 또 내일을 맞이했어요
모스크바에 비가 내리면
젊음에 실려 사라져간
꿈과 희망이 그리워져요
모스크바에 비가 내리면
그리움을 그리워하며 술을 마셔요
야망도 용기도, 한 순간의 꿈
절제도 침묵도, 한 순간의 꿈
무엇이 달라지든
모두가 그대로이든, 한 순간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