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따라/뚜벅이의 하루

회상의 거리

BK(우정) 2021. 9. 28. 03:36

2021년 2월 24일, 대전 출장

 

잠시 짬을 내어 소제동을 걷다

시간들의 공존

 

 

옛집들 위로 하늘은 푸르고

 

 

낡은 간판의 식당

 

 

제법 오래된 길을 터벅터벅 걷는다

 

 

담장에는 벽화

 

 

벽들이 전하는 말

 

 

몇집 건너 하나씩, 도시 재생 프로젝트

 

 

문을 연 카페들이 눈에 띈다

 

회벽 어딘가로 담쟁이 덩쿨은 번져가고

 

 

빈 집들은 여전히 인적을 기다리는데

 

 

고목과 낡은 집은 서로에게 어깨를 빌려 준다

 

 

늦겨울 해는 서둘러 가고

 

 

열릴 것 같지 않은 양철 대문 안으로

집보다 큰 나무들

 

 

빨간 우체통은 언제까지 기다릴까

 

 

저 다리 건너로부터 오는 소식들을

 

 

옛집들은 새로이 화장을 하고 드러나거나

 

 

더 깊은 뒤안길로 숨어버리는데

 

 

덧없이 걷는 길, 길동무는 전봇대

 

 

가는 전선으로 아직은 이어져 있는 따뜻함들

 

 

시간의 회전, 누군가 물레방아를 두었다

 

 

회상의 거리

 

여기던가 저기던가

그 날을 찾아 헤매이지만

떠나간 이는 떠나간 이

돌아온 이는 돌아온 이

잊혀진 이는 잊혀진이

한참을 멀어지던 뒷모습이

못내 돌아올 줄이야

누가 알았던가

잊고야 말았는데

 

길손의 야윈 얼굴

텅 빈 발걸음 아래

'남은 것은 없음'을 찾으려

두리번거리는 거리

멈칫거리는 그림자

그 날의 기억들마저

마른 낙엽이 되어

바스락, 부서지고 있다

돌아오고 있는데

 

 

https://youtu.be/6OlbTgj5q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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