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24일, 대전 출장
잠시 짬을 내어 소제동을 걷다
시간들의 공존
옛집들 위로 하늘은 푸르고
낡은 간판의 식당
제법 오래된 길을 터벅터벅 걷는다
담장에는 벽화
벽들이 전하는 말
몇집 건너 하나씩, 도시 재생 프로젝트
문을 연 카페들이 눈에 띈다
회벽 어딘가로 담쟁이 덩쿨은 번져가고
빈 집들은 여전히 인적을 기다리는데
고목과 낡은 집은 서로에게 어깨를 빌려 준다
늦겨울 해는 서둘러 가고
열릴 것 같지 않은 양철 대문 안으로
집보다 큰 나무들
빨간 우체통은 언제까지 기다릴까
저 다리 건너로부터 오는 소식들을
옛집들은 새로이 화장을 하고 드러나거나
더 깊은 뒤안길로 숨어버리는데
덧없이 걷는 길, 길동무는 전봇대
가는 전선으로 아직은 이어져 있는 따뜻함들
시간의 회전, 누군가 물레방아를 두었다
회상의 거리
여기던가 저기던가
그 날을 찾아 헤매이지만
떠나간 이는 떠나간 이
돌아온 이는 돌아온 이
잊혀진 이는 잊혀진이
한참을 멀어지던 뒷모습이
못내 돌아올 줄이야
누가 알았던가
잊고야 말았는데
길손의 야윈 얼굴
텅 빈 발걸음 아래
'남은 것은 없음'을 찾으려
두리번거리는 거리
멈칫거리는 그림자
그 날의 기억들마저
마른 낙엽이 되어
바스락, 부서지고 있다
돌아오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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