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창
작은 창이 있었지
아침이면 창을 닮은 햇살이 들어와
방 바닥에 펴졌지
졸린 눈으로 엎드려서
그림을 그리려 하면
빛은 손등으로 올랐지
따뜻했던 빛
빛을 따라 창가로 가서
가치발로 밖을 내어다 보면
큰 나무와 파란 하늘
흔들리는 꽃으로
바람을 볼 수 있었지
나무에 올라
높고 넓은 하늘로 날아 올랐지
얼마나 날았는지 몰라
얼마나 많은 일들을 겪었는지
많은 이들을 만났는지
희미해져만 가네
몇 해 전의 풍경이 희미하고
인연들의 이름이 잊혀져만 가네
이제 그만,
나뭇가지에 걸터앉고 싶네
바람을 느끼다가
꽃을 보다가
작은 창으로 돌아가
손등에 닿는 햇살
느끼고 싶네
졸린 눈을 감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