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작은 창

BK(우정) 2021. 8. 3. 06:39

작은 창

 

 

작은 창이 있었지

아침이면 창을 닮은 햇살이 들어와

방 바닥에 펴졌지

졸린 눈으로 엎드려서

그림을 그리려 하면

빛은 손등으로 올랐지

따뜻했던 빛

빛을 따라 창가로 가서

가치발로 밖을 내어다 보면

큰 나무와 파란 하늘

흔들리는 꽃으로

바람을 볼 수 있었지

나무에 올라

높고 넓은 하늘로 날아 올랐지

 

얼마나 날았는지 몰라

얼마나 많은 일들을 겪었는지

많은 이들을 만났는지

희미해져만 가네

몇 해 전의 풍경이 희미하고

인연들의 이름이 잊혀져만 가네

이제 그만,

나뭇가지에 걸터앉고 싶네

바람을 느끼다가

꽃을 보다가

작은 창으로 돌아가

손등에 닿는 햇살

느끼고 싶네

졸린 눈을 감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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