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탑을 오르며
마주친 이가 슬픈 표정으로
울릴 수 없는 종이라고 일러주어도
나는 종탑을 올라갑니다
종을 울리기보다는
회개를 위해 오르기 때문입니다
종탑을 오르며
죄로 두터워진 마음을
땀과 바람에 씻기 위함입니다
더 멀리까지 바라보면서
종소리가 어디까지 닿아야 하는지
그대가 어디쯤 있는지
알기 위함입니다
종이 되기 위함입니다
바람결만으로 울리는 종
시간의 진동만으로도
맑은 소리를 내는 종
그러한 종소리를
다시금 그대에게 들려주기 위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