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종탑을 오르며

BK(우정) 2021. 8. 3. 06:44

종탑을 오르며

 

 

마주친 이가 슬픈 표정으로

울릴 수 없는 종이라고 일러주어도

나는 종탑을 올라갑니다

종을 울리기보다는

회개를 위해 오르기 때문입니다

종탑을 오르며

죄로 두터워진 마음을

땀과 바람에 씻기 위함입니다

더 멀리까지 바라보면서

종소리가 어디까지 닿아야 하는지

그대가 어디쯤 있는지

알기 위함입니다

종이 되기 위함입니다

바람결만으로 울리는 종

시간의 진동만으로도

맑은 소리를 내는 종

그러한 종소리를

다시금 그대에게 들려주기 위함입니다

 

 

'우정의 글 > 우정 시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직무유기  (0) 2021.08.04
지평역, 안개  (0) 2021.08.04
제천, 골목길  (0) 2021.08.03
작은 창  (0) 2021.08.03
자작나무 숲으로 가면 (종로문학, 2020년)  (0) 2021.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