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남산에 올라
우리 남산을 오를 때
서울 생활이 고달팠지
남산에 오른 저녁
하나 둘, 등불을 켜는
성냥갑 같은 집들을 보며
살아가는 것은
견디는 것이라 생각했지
남산에 봄이 오면
겨울을 잘 넘겼다는
대견함이 있었지
다시 겨울이 올 때까지
걱정거리보다는
즐거운 일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지
우리 동네에서는
남산이 보였고
남산에서는
우리 동네가 보였지
바람을 따라 나왔지만
서둘러 등불 아래로
돌아가고 싶었지
우리 세월이 흘러
남산을 다시 오르니
그 동네가 어디였는지
가늠을 할 수가 없네
추워서 따뜻하던
그 등불을, 그 웃음을
이제 찾을 수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