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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 인간사
BK(우정)
2021. 6. 15. 20:19
자연사
인간사
매실 나무가
옆으로 크게 자라서
곁에 있는 대추 나무 영역을 침범하여
햇빛을 가리니
대추나무는 방향을 틀어
구부러진 몸으로 웃자라
앞에 있는 앵두 나무를 덮고
앵두 나무는 위기감을 느껴
키를 키우려
가지를 가늘게 하여 높이 올렸네
머리 위의 작은 하늘을 두고
나무 세 그루가 벌이는 전쟁
대추 나무 영역을 침범한
매실 나무 가지들을 처단하고
휘어진 대추 나무를
밧줄로 포박하여 자세를 세우고
불필요하게 솟은
앵두 나무의 잔 가지들을
가차없이 징벌하니
다시 세 그루에는 평화가 왔네
우리 인간사도 그런 거여
자기 자리를 지키며
제 할 일을 꿋꿋이 하며
나도 모르는 새에
남에게 폐를 끼치지는 않는지
가끔은 슬금슬금 눈치도 보는 거여
혼잣말을 하며
토닥거리며 어루만져 주네
내년 봄에는 사이좋게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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