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카이도, 후라노 비에이 지역
다소 평범할 수도 있지만
다정하게, 그리고 꼼꼼히 살펴본다면
나름 눈에 띄는 자연, 풍경이 종종 있다
나는 나무를 존경한다
특히
미루나무, 미국산 삼나무(세콰이어), 자작나무, 은행나무, 계수나무, 대나무와 같이
곧게 자라는 나무들을
넓은 땅을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곧게, 하늘을 향해 자라는
양보의 미덕, 그리고 높은 이상을 갖는
그런 나무들을
사랑하고 존경한다
물, 바람, 햇빛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나무
지친 나그네에게 그늘을 주고
인간의 소용에 맞게
자신을 내어주는 나무
김순복 화가
지난해 5월, 인사동 퇴근길에서 전시 포스터를 보고
전시장에 들렀다가 우연히 마주친 인연
나이가 같다는 이유로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고 있다
그는 고향의 화가이다
자연의 풍경, 꽃, 그리고 고향을
때로는 현실적으로, 때로는 몽환적으로
정감있게도 그려낸다
나무
곧게 자라는 법을 알기에
그만큼의 땅, 그만큼의 하늘로도
넉넉한 것을
.
.
한그루 나무로 서고 싶어
바람이 불면 흔들리고
계절이 오면 꽃을 피우는
한그루 나무로 서고 싶어
무엇이 오던, 무엇이 가던
그저 땅 위, 하늘 아래
묵묵히 자신을 내려놓는
한그루 나무로 서고 싶어
.
.
삶의 혼돈이 밀려올 때
나무 아래에 서라
침묵으로 곧게 서서
빛 한 자락
물 한 방울에
감사하며
그늘이 되고
결실이 되는
나무
나무만큼은 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