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이야기, herstory
재구성
2020년 3월 2일
강정윤 쌤, 개인전
하얀 눈 위의 자작나무들부터 봅니다
자작나무 숲으로 가면
흰머리칼에 조금은 창백한 얼굴이어야 해
숲과 어울리는 빛깔, 그 모습으로
한 켠에 기대어 앉아
자작자작 타는 가슴으로 헤쳐온
세월 이야기를 나누어야 해
비바람에 시달린 날들
수도 없이 떨어진 잎새들의 노래
서럽도록 그리운 이야기들을
떨어지고 뒹굴면서도
하늘로 하늘로 향한 삶의 의지를
우아한 듯, 초연한 듯
세월 이야기를 나누어야 해
짙은 커피 한 잔으로
정원을 거니는 귀족, 자작이 되어야 해
그리고ᆢ 언젠가, 걸었던
시호로~ 의 자작나무 숲
비오는 밤
자작나무가 되리
어둠 속에서, 네가
하얗게 하얗게
나만을 볼 수 있도록
못 본 척 외면하면
하얗게 하얗게
재가 되어버리는
비오는 밤
자작나무가 되리
그리고ᆢ쌤의 그림들ᆢ
다른 크기, 다른 모양들로
공고함을 유지하는 돌담
세월의 인고ᆢ
눈이 부시다, 봄ᆢ
사람사는 마을에 봄꽃이 피면
사람들도 더불어 꽃을 닮는다
봄꽃이야 한철을 피고 지지만
한평생을 꽃으로 필 수 있을까
살다가 영영 떠나는 날에도
꽃처럼 곱게 질 수 있을까
하루를 피고 하루를 지더라도
언덕 위에 꽃으로 피고 싶어라
그리고 장미ᆢ 장미들ᆢ
이 화가께서는 장미를 좋아하신다
하얀 장미가 있었네
그 순결이 고와서
바라보던 그대
그 화려함에 취하여
품으로 가득
끌어안고야 말았네
한껏 놀란 장미는
가시들을 세우고
그대는 상처만 안고
떠나가고 말았네
핏물, 꽃잎을 적셔
붉은 장미가 되었네
붉은 장미가 있었네
첫사랑이 두려워
가시를 세웠던 장미
이별의 상처로
타들어가는 꽃잎들
검은 장미가 되어가네
장미의 화가
2020년 3월 24일
우편물이 왔다
강쌤 개인전 카렌다
예쁘게 만드셨다. 의미는 말할 나위도 없고ᆢ
계절을 담은 작품들ᆢ
특히 장미들이 곱다
그리고, 1월은 자작나무
나의 시~ 를 넣으셨다
어디에 둘까?
제자들 곁에? 베토벤 옆에?
예술가들은 순수하고, 감정 교류가 있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볼 줄을 안다
모든 걸, 정직하게 진실하게 본다
쌤 주소는 반송용 봉투에~
학교 카렌다와 시집을 넣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사람을 알아감은 책을 읽음과 같다
하지만, 어떠한 고전도, 베스트 셀러도
좋은 인연만큼의 감동을 주지는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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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20일
단체전, 오랜만에 뵈었다
5월에는
하얀 쪽배를 타고
쪽빛 하늘
흰구름과 맞닿은 수평선을 향하여
노를 저어 가리라
노 저어 가는 길
따뜻한 숨을 쉬는 대지로부터
분홍빛 꽃잔디 내음을 담은 바람이 불어
푸른 바다 위에 애잔한 물결을 만들리라
물결에 비치는
어릴 적 고향, 벗들의 얼굴
그립다고, 사랑한다고
은빛 마음이 가득 담긴 편지를 쓰리라
은빛 편지지 속으로
나는 꿈처럼 스며 들어가고
복사꽃 풍성한 우물가
높게 자란 느티나무 아래
소중한 벗들과 조우하리라
5월에는
내 작은 꿈은 한껏 영글고
이토록 아름다운 5월 내내
행복한 꿈에서 깨어나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