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60km쯤 떨어진 작은 도시
트르나바
산 중턱에는
Castle Europe이 선정한
'100개의 아름다운 성',
'스몰레니스 캐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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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다
누군가, 무언가를 만나러
또 다른 나, 그의 손을 꼭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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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아이
들꽃처럼
발 디딜 곳을 가리지 않고
그저 푸른 하늘만을 향하여
높이 피어오르던 시절
그때 그 아이
언제부터인가
눈앞에 보이는 곳을 향하여
모질게 달려온 세월
길 위에 두고 온
그때 그 아이
힘겹게 따라오다가
지쳐 주저앉고 말았는지
어디쯤에서
기다리고 있는지
그때 그 아이
낙엽이 지면
그 모습이 그리워지고
멈추어 서면
멀리서라도 다가올 듯한
그때 그 아이
Smolenice Castle
Carpathians를 부는 바람
그 산등성이 너머로
해가 지고 있다
Smolenice Castle
모두가 떠난 언덕
그 고요한 곳
중세의 기사로 망루에 서서
멀리서 지는 해를 바라보면
강도 구름도 바람도 시간도
덧없이 흐르고 흘러서 간다
Smolenice Castle
모두가 잊은 언덕
그 쓸쓸한 곳
Carpathians를 흐르는 시간
해가 떠나간 자리로
달이 뜨고 있다
인적이 없는 적막감,
머무르다가 거닐다가~
일몰이 오니,
몽환적인 풍경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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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서 익숙해진 텅 빈 곳에서
멀리 보이는 풍경에 너를 앉히고
한바탕 퍼붓고 간 비구름과 같은
젊은 날을 웃음 속에 그리워한다
~ '그리워서 좋은 날/BK' 중에서
여기서, 누가
어떻게 살아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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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살아왔던 그 이야기는
한 권의 장편 소설이 되어
쓸쓸히 남겨진 나뭇가지에
때로는 눈이 되어 쌓이고
때로는 비가 되어 젖으리라
~ '낙엽을 태우며/BK' 중에서
그 날
그 날, 돌이킬수록 채색되는 날
그 날의 아득한 웃음은
창가에 초콜릿 빛으로 머무르는데
얼마나 더 아름다워야
그 날이 되어 웃을 수 있나
잊으려 할수록
빛은 커튼을 밀며 더욱 깊이 들어와
그 날의 정물
그 날의 모습에 색을 칠하고
창밖, 아득한 그 날은
창가 테이블로 세팅되어
그리운 정물로
그리운 모습으로 나를 부른다
시간의 성
성 안에서 나는,
성 밖의 나를 보고 있었지
그것만이 내 세상
‘그래 아마 난 세상을 모르나봐
혼자 이렇게 먼 길을 떠났나봐’
얼마나 더 멀어져야 세상을 알 수 있을까
길을 떠날 때도 모르던 세상이었고
멀어질수록 세상은 더욱 모르게 다가왔다
살아온 길, '그것만이 내 세상'일까
살아갈 길, '그것이 나만의 세상'일까
굽어 오던 바로 오던, 예까지 온 인생길
이별과 후회만큼 인연도 의미도 있었다
가을 들녘에 멈추어 잠시 숨을 고르며
걸어온 길, 가야 할 길을 생각하는데
동행하여 온 계절은 앞장을 서고 있다
너무 멀리 와서 돌아가기에는 늦은 걸까
먼 길은 더욱 먼 길이 되어가는데
다시 또 길을 찾아 떠나야만 한다
20대 시절, 되뇌던 들국화의 노랫말
50대가 되어 어렴풋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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