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따라/여행, 어디론가

눈 마을을 걷다

BK(우정) 2020. 7. 26. 19:48

할라인, Hallein

 

잘츠부르크에서 버스로 30여분을 가면

할라인의 작은 마을을 만난다

마침, 눈이 펑펑 내린 후

앞에 보이는 산도, 마을길도, 지붕도

성당의 뜰도, 시냇가도~ 하얗고, 투명하다

마을길을 낮게 걷는다

 

눈 마을을 걷다/BK

 

눈길을 걸으면, 눈사람이 되어요

하얗게 하얗게 눈의 마을로 들어서면

코 끝이 시린 풍경, 눈이 부신 풍경

아직은 모두가 떠나지 않은 아침

눈 내리는 소리보다도 낮게, 걷고 있어요

작은 소리라도 울리면,

나뭇가지에서 하얀 눈이 툭 떨어져요

그 소리에 놀라, 새가 날아가면

눈이 우수수 흩날리고, 얼굴이 시려요

눈의 무게에 낮은 지붕은 더 낮게 앉고

십자가만 뾰족, 올라왔어요

성당 가는 길, 눈길이 좁게 열렸어요

한사람이 지날 만큼, 좁은 문 너비만큼

십자가 아래, 누운 이들도

오늘은 하얀 눈사람일 거예요

고요마저 버거운 성당의 뜰에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쌓여있을까

시간이 더 지나가면, 계절이 바뀌면

더 멀리로 흘러갈 눈의 눈물처럼

그렇게 모두 잊혀져 가겠죠

투명하도록 푸른 냇물이 흘러요

언젠가는 사라질 하얀 눈, 이야기들

벌써, 저 만큼 멀어져간 냇물이 되겠죠

발자국마다 새싹이 오를 거예요

 

'발길을 따라 > 여행, 어디론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미  (0) 2020.08.13
산이 되고 싶다  (0) 2020.07.30
여장을 풀며  (0) 2020.07.09
경험  (0) 2020.05.08
진리  (0) 2020.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