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그 벤치에 앉아

BK(우정) 2020. 5. 10. 16:18




벤치에 앉아

 

 

그 날처럼

그 벤치에 앉아 먼 산을 바라봅니다

 

40여년이 흘러 찾은 벤치는

세월의 흔적은 깊어졌지만

마주하는 풍경과 잎새 사이의 햇살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소년은 벤치에 앉아

멀리 보이는 산 너머를 그리워했습니다

 

청년이 되어 그 산을 넘었고

중년이 되어 돌아온 지금

그 벤치는 그대로이고

그 날 스치던 가을 바람도 그대로입니다

 

계절이 바뀌는 소리

세월이 흐르는 소리

 

세월이 흐르면서 숲은 깊어졌고

바람에 스치는 풀잎 소리도 깊어졌습니다

 

그 날처럼

햇살은 가을 바람에 일렁이는데

그 벤치에 앉아 먼 산을 바라봅니다

 

눈을 감으면

그 시절, 그 소년이 애잔히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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