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벤치에 앉아
그 날처럼
그 벤치에 앉아 먼 산을 바라봅니다
40여년이 흘러 찾은 벤치는
세월의 흔적은 깊어졌지만
마주하는 풍경과 잎새 사이의 햇살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소년은 벤치에 앉아
멀리 보이는 산 너머를 그리워했습니다
청년이 되어 그 산을 넘었고
중년이 되어 돌아온 지금
그 벤치는 그대로이고
그 날 스치던 가을 바람도 그대로입니다
계절이 바뀌는 소리
세월이 흐르는 소리
세월이 흐르면서 숲은 깊어졌고
바람에 스치는 풀잎 소리도 깊어졌습니다
그 날처럼
햇살은 가을 바람에 일렁이는데
그 벤치에 앉아 먼 산을 바라봅니다
눈을 감으면
그 시절, 그 소년이 애잔히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