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여행 스케치

BK(우정) 2020. 4. 15. 10:39




여행 스케치

 

 

언젠가, 그 날

모르는 곳, 모르는 카페에 있었다

모두를 두고 멀리 떠나서

두고 온 모든 것들을

먼 풍경으로 보고 있었다

기억으로 두고 있었다

 

언어도 얼굴도 낯선

이방인들만의 그 카페

생각할 이도

말을 거는 이도

연연해 할 일도 없는

통신마저도 두절된 곳에서 나는

두고 온 모든 것들을

온전히 잊으려 하였고

잊어버렸다.  그 시공에서는

 

내가 할 일은

담배를 무는 것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것

하늘을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바람과 햇살이

허허로이 지나는

정지된 시간의 창가에서

오래도록 긴 글을 썼다

먼 이야기

가슴에 켜켜이 쌓여온 이야기

잊혀진 이야기들에 관하여

잊혀질 이야기들에 관하여

.

.

.

.

.

시간은 움직이고

멀어졌던 풍경으로 돌아온 지금

기억을 더듬으면

그것은 실로

완벽한 도피였다

또 다른 시간이었다

각인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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