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하나 하고 싶다. 만약에 추운 날 바깥에서 누군가를 기다린다고 해보자. 상대방이 30분 늦겠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근처에 카페도 없고 다리가 아파서 서 있기가 힘든 참에 주위를 둘러보니 나무의자와 금속의자가 있다. 당신이라면 어느 의자에 앉겠는가? 아마 대부분 나무의자를 떠올렸을 것이다. 금속의자는 나무의자보다 더 차가울 테니까. 그럼 나무의자가 금속의자보다 표면 온도가 더 높을까? 그렇지 않다. 두 의자의 온도는 아마 그날 기온과 같을 것이다. 다만 우리 몸이 다르게 느낄 뿐이다. 열이 이동하는 속도 때문이다.
열은 온도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이동하는데, 크게 세 가지 방식이 있다. 햇빛이 지구를 따뜻하게 하는 방식, 물이 끊는 방식, 냄비가 데워지는 방식이 그것이다. 태양과 지구 사이엔 거의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도 태양열이 지구에 아주 잘 전달된다. 이렇게 중간 매개체 없이 열이 직접 전달되는 방식을 ‘복사’라고 한다. 두 번째로, 물은 뜨거운 것은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것은 아래로 내려오는 열의 성질에 의해 열이 전달된다. 물질이 직접 이동하면서 열을 전달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대류’라고 한다. 공기가 데워지는 것도 이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냄비가 데워질 때는 열이 냄비를 타고 이동한다. 온도가 높은 쪽의 분자가 빠른 속도로 진동해 온도가 낮은 분자와 충돌하면서 열에너지를 전달한다. 즉, 분자 충돌에 의해 열이 이동한다. 이렇게 중간 매개체를 통해 열이 전달되는 방식을 ‘전도’라고 한다. 숟가락을 뜨거운 국그릇에 넣어두면 나중에 손잡이도 뜨거워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열이 전도될 때에는 중간 매개체 종류에 따라 열이 전달하는 속도에 차이가 난다. 금속 종류는 열을 전달하는 속도, 즉 열전도율이 높다. 높은 쪽의 열을 낮은 쪽으로 빨리 전달한다는 뜻이다. 쇠로 된 의자와 내 엉덩이가 만나면, 차가운 쇠가 내 몸의 열을 빠르게 빼앗아간다. 나무는 그에 비해 수백 배 천천히 야금야금 열을 가져간다. 내가 잘 느끼지 못할 만큼. 라면을 양은냄비에 끊였을 때 가장 맛있다고 하는 것도 바로 이 열전도율 때문이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양은냄비는 다른 것에 비해 열전도율이 높아 가스불의 높은 온도를 물로 빨리 전달한다. 면을 넣을 때 물의 온도가 살짝 내려가더라도 금세 다시 팔팔 끊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면발이 불지 않고 쫄깃해진다. 여름에 대나무로 만든 죽부인을 껴안고 잠을 청하는 것에도 이 원리가 작용한다. 대나무는 다른 나무에 비해 열전도율이 두 배나 높아서 우리 몸의 열을 빠르게 빼앗아간다
이상, 출처; 일상, 과학다반사 (독서 MBA, 뉴스레터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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