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살아가자/일상의 상식

공감과 동의는 다르답니다.

BK(우정) 2020. 1. 28. 12:03

겉과 속이 다른 미국 사람들?

제가 미국에 있을 때, 개인적으로 미국 사람들은 참 겉과 속이 다르다고 느끼며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친구 관계든 일로 만난 사이든 간에 앞에서는 제 얘기를 들으며 마치 저의 입장을 모두 이해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다가 막상 최종 의사 결정을 내릴 때에는 입장을 완전히 반대로 뒤집어서 깜짝 놀란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교수 신규 채용 위원회에 참여했을 때의 일입니다. 다섯 명의 교수들이 마지막 후보자 세 명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었는데요. 저만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어, 왜 그 후보자가 더 적합한지에 대해서 최종적으로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나머지 네 분 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교수들인데, 모두 제 얘기를 경청하고, 동감한다고 말하기에 모두 설득이 되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기 직전, 전혀 다른 언급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도 저는 ‘역시 미국 사람들은 겉과 속이 다르군’ 이라고 치부해 버렸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소통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사례 연구로 미국의 초등학교 5학년 수학 수업에 참관했습니다. 선생님은 5학년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를 칠판에 적었고, 이 문제를 풀 지원자가 있을지 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한 친구가 자신 있게 앞으로 나오더니 자신이 생각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풀며 친구들에게 설명을 했습니다. 물론, 정답과는 거리가 먼 그 학생 나름의 생각일 뿐이었지만요.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그 친구의 설명을 주의 깊게 경청하면서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지으며 그 친구의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났지만, 선생님의 해답 풀이가 없기에 제가 선생님께 “정답은 다음 시간에 알려주실 건가요?”라고 여쭤봤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이 대답했습니다. “그럴 계획은 없어요. 어차피 학생들이 이해 못하는 문제거든요. 초등학교 5학년 수학 과정의 커리큘럼은 정답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수학이라는 개념을 통해 타인과 공감하는 소통을 배우는 것이 목적입니다.”  

아! 제가 머리를 한 방 꽝 맞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런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소통에서 중요한 건 상대방을 설득시키기 이전에 서로의 공감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것인데 말이지요.
 
공감과 동의는 다르다

경찰대학교의 이종화 교수님께서 제 수업에서 특강을 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이종화 교수님은 세계의 여러 협상전문기관을 통해 특별 훈련을 받은 협상 전문가입니다. 이 교수님께서 특강 중에 하셨던 말씀이 한국인의 소통의 특성은 공감과 동의를 구분하지 않고 동일시하기 때문에 공감조차 하기를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공감하는 순간 상대가 동의했다고 착각할 것이 두려워 공감하는 모습조차 보이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바로 제 모습이었습니다. 저 역시 이러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교수 신규 채용 위원회에서 저와 의견이 다른 나머지 네 교수님들을 겉과 속이 다르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그들은 앞에서는 제게 공감하려는 노력을 보였지만 ‘그렇다고 나는 너의 의견에 동의하고 있지는 않아’라는 시그널을 보냈을 뿐인데 말이죠.  
 
여러분은 조직생활을 하시면서 얼마나 공감하는 소통을 하고 계신가요?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여러분께서 아직 말을 하기 이전의 아이를 보면서, ‘이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라고 생각했던 경험이 있으시다면, 그와 같은 관심의 눈빛을 옆 동료에게도 보여주세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남다르게 공감하는 소통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상 출처; 리멤버 커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