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리따스 수녀회의 한국 첫 본원이었던 곳
예상대로, 평일 낮,
이 시간 즈음에는 방문객이 없다
이 좋은 한옥, 뜰, 전시실,
그리고 피정의 방에서
적어도 두세시간은 머무를 수 있겠다
밖에서는 격하게, 쉴 틈 없이 살다가도
이렇게 자리를 하면, 많은 일들이 멀어져간다
고요와 여유가 오는 순간이다
가을, 피정에서
생각의 자유를 찾는다
미루고픈 생각은 미루고
잊고픈 생각은 잊고
텅 비어진 뇌의 공간에
가을 바람, 햇빛을 들인다
문 밖, 창가의 가을이
안으로 성큼 들어온다
가을 풍경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