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티슬라바
10년전쯤이던가?
어느 겨울비 내리던 날의 기차
비엔나에서 부다페스트로 가던 중
즉흥적으로 잠시, 내렸다
오후, 서너시간을 머무르려다가, 결국은
부다페스트를 하루 뒤로 미루었다
그저, 고즈넉함, 침묵
ㆍ
ㆍ
질문
나의 가슴에 햇살이 비치면
창 밖의 나뭇잎들이 반짝이고
나의 가슴에 비가 내리면
창 밖의 나뭇잎들이 젖어든다
누구인가?
그늘지고 황량한 내 가슴에
햇살을 비추고 비를 내려
창 밖의 세상마저 바꾸는 이는
.
.
스몰레니스
프라하에서 타고온 기차를 내리면
슬로바키아의 수도인 브라티슬라바
다시, 덜컹거리는 완행 열차를 타면
작은 도시, 트르나바, 더 들어가면
더 작은 마을, 스몰레니스
평범하고도 밋밋하였던 마을을
방향도 목적도 없이 배회하였다
ㆍ
ㆍ
어느 날
이슬은 신발을 적시게 두고
돌맹이는 발끝에 채이게 두고
나그네를 만나면 말 한마디
카페가 보이면 에스프레소 한잔
펍이 문을 열면 밀맥주 한모금
바람은 머리칼을 날리게 두고
햇살은 얼굴 위로 흐르게 두고
.
.
애들레이드,
단기간의 여행이나 출장이 아닌
나름 짧지 않은ᆢ외국 생활은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추억이 있는
호주의 남쪽, 애들레이드에서였다
이국적인 생활의 신선함과 함께
홀로 있었던 외로움도 컸다
그리고 떠났다. 영영
ㆍ
ㆍ
떠나는 풍경
하염없이 빈 철길을 바라본다고
기차가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하늘의 빛깔도, 흔들리는 꽃잎도
다시는 만날 수 없을는지도 모른다
흐르는 강물도 돌아올 수 없다
마주치는 모든 것들은 작별
작별의 순간과 떠나는 무리 속에서
나도 떠나고 있다. 인사도 없이
터벅터벅 어딘가로 떠나고 있다
동반하는 시간마저도 떠나고 있다
.
.
파리,
유럽 어디를 가든~
귀국 비행기는 가급적 파리에서 탄다
이별하기에 좋은 도시
파리에서의 추억은
순간도 강하게 남기 때문이다
몽마르뜨가 보이는 노변 카페
술과 비
파리에서의 적당한 일탈은~ 무죄이다
ㆍ
ㆍ
시간이 지나가면
잊을 때가 있다
시간은 지나가는 것을
눈물뿐인 슬픔을 겪을 때
절절히 끓는 이별을 할 때
우리는 잊는다
시간은 지나가는 것을
시간이 지나가면
슬픔도 아픔도
기억으로 미루어지고
시간이 더 멀리 지나가면
기억마저도
추억으로 물든다는 것을
사진, 그리고 시와 그림, 하모니를 이루어가며 (daum.net)
'예술과 삶/포토는~ 詩畵로*' 카테고리의 글 목록 (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