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들/울 집, 울 동네

소멸

BK(우정) 2022. 2. 17. 20:25

눈 같은 눈이 내렸습니다

 

 

이런 날 우리 가족은, 양주

카페 오랑주리~ 에 가는 날입니다

마장 호수, 호반으로

 

 

 

그림같은 설경이 펼쳐집니다

언덕을 그대로 두고

철제 빔과 유리,

온실 구조를 설치하였죠

 

 

 

눈 내리는 거리

 

가볍게 눈이 내리는 날

카페에서 거리를 보며

눈처럼 가벼운 아메리카노

한 페이지 넘어가는 책장

 

목젖이 보이는 웃음도

눈시울이 젖는 울음도

눈송이로 날리는 추억

이렇게 흘러도 좋은 시간

 

너무 멀리 떠나지도

가까이 다가오지도 않는

적당한 시야 적당한 거리

이렇게 흘러도 좋은 하루

 

그리움 속에 묻힌 슬픔

기쁨 속에 담긴 두려움

이별만큼 이어지는 재회

이렇게 흘러도 좋은 인생

 

 

 

통나무 난로들의 은은한 열기

풍성한 열대 수림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열대 숲에서

창밖, 설경을 바라봅니다

 

 

 

짙은 거피맛은

더 짙게 다가옵니다

 

 

 

눈 내리는 날

 

멀리 하얀 곳에서

하얀 눈들이 내려온다

고향 반딧불이가 되어

잿빛 어두운 도시의 거리

곳곳에 하얀 등불을 밝힌다

 

태고적

어디에서 시작된

누구의 눈빛 그 숨결들이

억겁을 흘러와

보도블럭에

내 가슴에 쌓이고 있을까

 

하안 눈들은

하얗게 하얗게 쌓여

슬픈 이는 슬픈 가슴에

외로운 이는 외로운 가슴에

겨울꽃으로 피고 있다

 

 

 

돌아오는 길, 이른 저녁은

인근의 우렁쌈밥집이 좋습니다

 

 

 

소멸

 

바람결에 쓸려

여윈 나뭇가지 위, 잔설마저

사라진다

 

겨우내

해를 넘길 끝 마음마저, 이렇게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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