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의 끝, 이별
함부르크에서 한다
ㆍ
ㆍ
이별하며/BK
이별은 혼자서 하는 거예요
떠난 후에도, 흐릿하게 잊혀질 때까지는
이별이 아니예요
이별을 시작하며
주점을 향해 떠나요
익숙한 지하,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벽을 따라서 전해 와요
자세를 잡아요. 나름의 멋은 있어야 하니
자리를 잡아요
적당히 외롭고 적당히 외롭지 않은
구석 테이블, 멀리서 바라볼 수 있죠
안주는 넉넉해야 해요
술도 술잔도 종종 다녀가야 해요
시간은 잊죠
그리고 잊을 것과 담을 것이 나누어지죠
웅성거림은 점점 작게
음악 소리는 크게 들려와요
지난 여정들이 하나, 둘 지나가요
우린, 몰두한 뒤에 소멸해야죠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행복이예요
결과는 영영 오지 않을 지도 몰라요
과정은 까맣게 잊혀지지도
너무 선명하지도 않은
흐릿한 기억이 좋죠
밤은 깊어가고
사람들은 하나 둘 떠나고 있어요
끝까지 혼자 남을 이유는 없죠
무리에 섞여서 일어나요
거리는 짙푸르게 평화롭고
숙소까지는 걸어서 30분 거리
이별 과정도 풍경도
모든 건 완벽해요
이별은 잊을 건 잊는 거예요
떠난 후에도, 흐릿하게 잊혀질 때까지는
이별이 아니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