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삶/그날, 거기에는

젊었던 시절은 그리워지는~

BK(우정) 2021. 7. 3. 18:57

어린이날ᆢ

어린 시절까지는 아니더라도ᆢ

젊었던 시절은 그리워지는~

 

사라져 가는, 사라진 것들

잊혀져 가는, 잊혀진 것들

 

과거는 끊임없이 현재에 점령 당하여 왔고

과거를 찾아가는 길은 점점 더 복잡해진다

 

 

젊은 날, 대전발 영시 오십분 ~

대전역 앞길을 조금 더 들어가면

아직도 후미진 골목이 있고

 

 

쪼그려 자던 여인숙

입김을 불며 국물을 들이키던 육개장집

귀퉁이에 여전히 남아있다

 

 

아련한 곳, 시간의 뒤안길을 거슬러

눈길을 두면 그리운 풍경

 

 

그늘진 곳, 후미진 골목을 돌아

발길을 옮기면 그리운 내음

 

 

따뜻한 곳, 낡은 미닫이 문을 밀고

몸을 앉히우면 그리운 맛

 

 

종로 3가 뒷골목을 지나다

젊은 날 익숙하였던 풍경을 만났다

타임머신을 타고 30년전으로 돌아가

저 풍경 아래에서 소주 한 잔 꺾고 싶다

과장된 몸짓으로 사랑과 민주를 논하며

바람맞은 것을 쓰린 이별로 포장하고 싶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퍼 마시다가

양철판 부둥켜안고 오바이트하고 싶다

종로 3가 뒷골목을 지나다

젊은 날 흘러가버린 추억을 만났다

 

 

캠퍼스 MT, 강촌역에서 내릴 기대에

서둘러 짐을 꾸리던 곳

 

 

이름이 익숙하여 언젠가 한 번은

들러보고 싶었던 곳

 

 

이제사 들르니, 기차는 다니지 않고

철로마저 끊겨버린 곳

 

 

세월은 흘러, 젊은 날과 함께

시간의 뒤로 사라져간 곳

 

 

바람결에 귀를 기울이면

그 시절 웃음이 아련한 곳

 

  

강촌역에서의 서울행 열차

오늘은 맑은 정신이다. 그 시절을 돌이켜 보면

 

젊은 시절, 밤을 세워 나누었던 이야기들

막걸리와 소주, 통기타와 노래들

 

 

한 가치 담배, 논리없는 비판

설익은 풋사랑에 목숨 걸던 밤들

 

MT를 마치고, 초췌한 얼굴로 플랫폼에 서면

채 내어 뱉지 못한 열정들이 밀물이 되어 밀려왔다

 

 

30년이 흐른 세월, 그 시절의 비판은 어디로 갔나

설익은 풋사랑은 어디에 있나

 

순응하고 살아온 중년

등 뒤를 흐르는 담배연기는 안개가 되어

젊은 날로 밀려간다

 

 

독립문과 광화문을 잇는 사직터널

과거의 경건함과 시대의 중심이지만

사직터널 위의 비껴선 오솔길에는

아직도 과거를 살아가는 풍경이 있다

 

 

시속 80km의 터널을 발아래에 두고

시속 3km로 오솔길을 걸어 오르면

 

 

시간이 외로이 방황하고 있는 모습

시간과 더불어 멈춘 가을이 보인다

 

 

오늘을 어제마냥 살아가는 삶의 자취

소나무 껍질마냥 굳은 세월의 조각들

 

 

그 흔적을 수놓으려 낙엽이 물들면

오래된 집터, 담쟁이 성곽이 장식된다

 

 

젊은 날, '노동의 새벽'을 읽으며ᆢ

주체없이 오르는 가슴 벅참ᆢ전율하였던 기억ᆢ

그의 자취가 북악산 자락에 있었다ᆢ

 

 

박노해, '박해받는 노동자의 해방을 위하여'

긴 이름의 시인, 사회주의혁명가, 노동운동가

이름대로 살다가 평화운동가로 거듭난 시인

그의 사진전이 열리는 부암동길을 올랐다

 

 

대학시절, 베스트 셀러였던 '노동의 새벽'

1987년 6월, 민주 항쟁, 그 승리의 도화선

'글과 시'가 '총과 칼'을 무력화시키는 것

나는 그 경외롭고 강한 힘을 똑똑히 보았다

 

 

그의 또 다른 변신, '빛으로 쓰여지는 시'

좋은 사진을 원한다면 시인의 눈으로 보라

흑백 필름에 담겨진 세계와 인류, 그 삶들

그 뜻깊은 행로를 보려 부암동길을 올랐다

 

 

 

명동성당을 나와 남산공원을 향하는 길

알고 있는 이들에게만 보일 수 있도록

'삼일로 창고극장'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1970년대 후반, 껍질을 깨던 고교 시절

어쩌다가 괜스레 혹은 멋으로 찾던 곳

 

 

고인이 된 추송웅의 '빨간 피터의 고백'

사춘기 무렵, 울타리를 넘던 반항적 욕구

그 무리함을 일부나마 정당화시켰던 곳

이해 못하는 카프카를 동경케하였던 곳

명동역 가는 길, 한 정거장을 더 걷는다

 

 

그림이 된 사진

 

인생은 서러운 것이라고

어릴적 숱하게 들려오던

어르신들의 슬픈 혼잣말

이제사 나이가 들어보니

인생은 서러운 것이었네

 

돌아보는 마음 한구석에

고향의 옛집이 다가오고

할머니의 마른 눈물자욱

할아버지의 잎담배 연기

먼 산기슭아래에 보이네

 

서러워 좋은 날, 바람이 부네

서러워 좋은 날, 안개가 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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