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떠나리
모두들 떠나던 날, 나는 머물렀지
꿈과 희망은 머물러도, 기다려도
다가오리라 생각했어
빈 집들에 기억을 들어 앉히고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기억들과 옛이야기를 나누었지
넓은 들판에는 바람과 구름을 초대하였어
강물에는 시간의 배를 띄었어
한껏 뛰며 어울릴 때마다
하늘을 더 파랗게 물들이던
노래 소리, 웃음 소리
덧없이 자라는 잡초들을
고운 화초로 가꾸어갔어
꿈과 희망은 살며시, 모르는 새에 다가와
나를 흠뻑 채웠지
그렇게 시간은 흘렀어
노을이 더 붉게 물들던 날
모두들 돌아오고 있었어
터벅터벅 지친 발걸음, 휑한 모습들로
마치 어제 떠난 이들처럼
익숙하게 여장을 풀고, 숨어들어가듯이
텅 비었던 집들을 꼭꼭 채웠지
집 안에 머물던 기억들은
밖으로 나와 하늘 높이로 사라져갔어
이제 놀이는 끝난 거야, 일어서야지
모두들 돌아온 날 나는 떠나고 있어
먼저 떠난 기억들을 따라
강과 구름이 흘러간 곳, 바람이 불어오는 곳
꿈과 희망을 풀어헤칠 먼 곳으로
즐거울 거야, 여전히
하늘은 파란 빛깔이니까
꿈과 희망은 출렁거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