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어린 왕자의 지구별 기행 - 음성역 소묘

BK(우정) 2021. 5. 23. 20:44

 

어린 왕자의 지구별 기행

- 음성역 소묘

 

대전행 기차를 타러 음성역에 왔네

12 무렵의 추위는 매서웠지

외딴집들은 꽁꽁 문이 닫히고

역사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만이

떨어진 겨울 나무를 비추고 있었지

밝은 불빛을 찾아 서성거렸지만

어두운 곳에서 칼바람만 불어왔지

저녁 5 , 기차는 삼십분 뒤면 온다네

 

불빛을 찾아 대합실로 들어섰네

역무원은 매표구 안에서 졸고 있었고

몇몇 사람들만 밖을 보고 있었지

밖에는 12월의 바람이

기차가 오지 않는 철길 위를 지났지

사람들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정물이 되어 앉아 있었지

저녁 5 50, 기차는 십분 뒤면 온다네

 

기차를 기다리러 플랫폼으로 갔네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나는 홀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지

조금 늦어지더라도 기차는 오겠지

역사 불빛도 대합실 사람들도

멀리 희미하게 보이고 있었지

어둠은 깊어가고 찬바람은 여전했지

저녁 6, 기차가 들어서고 있네

 

두고 나는 어디쯤 있을까

밝은 불빛을 찾아 역사 밖에서

서성이고 있을까

정물이 되어 대합실에서

밖을 보고 있을까

홀로 떠나기 위해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을까

저녁 6 10, 차창 뒤로 역이 멀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