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들/울 집, 울 동네

질경이

BK(우정) 2016. 9. 1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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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경이

 


정원이 아니라

마당을 만들기로 했다

어릴 적 꿈을 먹고 자라던

고향을 옮겨 놓고 싶었다 


그리하여

잔디를 심지 않기로 했다

어릴 적 맨발로 뛰어 놀던

질경이를 심고 싶었다 


발로 밟고 수레가 지나도

질기도록 자라는

가꾸고 신경 쓰지 않아도

꿋꿋하게 자라는 


나 어릴 적

그런 어른이 되는 꿈을 꾸었다

삶의 허리가 꺾이면서

구름이 되어 흘러간 꿈들 


그래서

질경이는 줄기가 없다

잎과 뿌리만의 삶

줄기가 없어 꺾일 것도 없다 


정원이 아니라

마당을 만들기로 했다

어릴 적 하늘로 흘러간 꿈들을

땅에 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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