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명동에는 비

BK(우정) 2021. 5. 10. 06:33

 

명동에는

 

명동에 가면

아직도 남아있는 명동이 있지

시간은 머물고

70년대 팝송은 흐르는 곳

나조차도 그 때

그 시절로 돌아서는 곳

오크색 창가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면

그 때 그 사람이

표정도 없이 지나가는 곳

 

명동에 가면

아직도 멈춰있는 내가 있지

젖은 담배라도 물면

눈물인지 기억인지

혀를 감고 내려가

가슴 안쪽까지 적시는 곳

비라도 내리면

잘 살아왔는지 못 살아왔는지

그 혼돈에 맥주라도

몇 글라스 더 마시는 곳

 

명동에 가면

두고 돌아서는 이별이 있지

그 날처럼 꼬깃꼬깃

지폐로 값을 치르고

불빛의 거리

그치지 않는 비에 우산을 펴면

다들 지워지는 화장

헤어지는 모습들

시간만 남겨두고

무심히 택시를 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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