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에는 비
명동에 가면
아직도 남아있는 명동이 있지
시간은 머물고
70년대 팝송은 흐르는 곳
나조차도 그 때
그 시절로 돌아서는 곳
오크색 창가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면
그 때 그 사람이
표정도 없이 지나가는 곳
명동에 가면
아직도 멈춰있는 내가 있지
젖은 담배라도 물면
눈물인지 기억인지
혀를 감고 내려가
가슴 안쪽까지 적시는 곳
비라도 내리면
잘 살아왔는지 못 살아왔는지
그 혼돈에 맥주라도
몇 글라스 더 마시는 곳
명동에 가면
두고 돌아서는 이별이 있지
그 날처럼 꼬깃꼬깃
지폐로 값을 치르고
불빛의 거리
그치지 않는 비에 우산을 펴면
다들 지워지는 화장
헤어지는 모습들
시간만 남겨두고
무심히 택시를 타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