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이 지는 날
그 날은 목련이 지던 무렵이었다
하얗게 피어나던 목련은
한 줄기 차가운 비와
한 줄기 세찬 바람에
힘없이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땅 위를 구르던 꽃잎들은
상처와 설움으로 어우러져
검게 검게 변하고 있었다
속이 타들어가는 가슴인지
다시 피지 않을 꽃잎인지
계절이 돌아와도 목련은 피고
한 잎 두 잎 꽃잎이 지는 오늘
검은 꽃잎들은 어디로 갔을까
더 검은 밤 속으로 떠나갔을까
더 깊이 아래로 내려갔을까
꽃잎은 머무는데 내가 잊었을까
잊어버리려 눈을 감았을까
그 날처럼 오늘도 목련은 지고
차가운 비와 세찬 바람은
빈 가슴 속, 맴을 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