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목련이 지는 날

BK(우정) 2021. 5. 10. 06:35

 

목련이 지는 날

 

그 날은 목련이 지던 무렵이었다

하얗게 피어나던 목련은

한 줄기 차가운 비와

한 줄기 세찬 바람에

힘없이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땅 위를 구르던 꽃잎들은

상처와 설움으로 어우러져

검게 검게 변하고 있었다

속이 타들어가는 가슴인지

다시 피지 않을 꽃잎인지

 

계절이 돌아와도 목련은 피고

한 잎 두 잎 꽃잎이 지는 오늘

검은 꽃잎들은 어디로 갔을까

더 검은 밤 속으로 떠나갔을까

더 깊이 아래로 내려갔을까

 

꽃잎은 머무는데 내가 잊었을까

잊어버리려 눈을 감았을까

그 날처럼 오늘도 목련은 지고

차가운 비와 세찬 바람은

빈 가슴 속, 맴을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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