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한 세월 그 순간이
아주 잊혀지기야 하겠냐마는
세월이 흐르면
색도 향기도 모습도
흐려져가고
아련한 윤곽만 남아
어둡고 밝은 기억만 남아
선명하지도 않고
잊혀지지도 않는
그 어설픈 윤곽과 기억으로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몸을 마음을
쉴 새 없이 흔들어댄다
채 닫히지 못한 유리창이
비바람에 요란히 흔들리듯이
어설피 보내고 떠난 인연이
기억에 이리저리 흔들리듯이
몸을 마음을
서럽도록 흔들어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