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불리는 네덜란드의 움직이는 조각, 키네틱 아티스트 테오 얀센(Theo Jansen, 1948~)은 무한한 상상력으로 공학과 예술의 융합을 최고의 경지로 끌어올리며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과학예술가로 평가받고 있는 작가이다.
네덜란드 해안 도시 스헤베닝언(Scheveningen)에서 태어난 테오 얀센은 델프트 공과 대학교(Delft University of Technology)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후, 1975년 예술가의 길로 들어서 UFO와 그림 그리는 기계 등과 같은 특이한 작품을 제작했으며, 1990년부터 플라스틱 관, 페트병, 전선, 노끈, 나무, 고무줄 등을 사용하여 ‘해변동물(Strandbeest)’이라고 부르는 일련의 움직이는 기계예술 연작을 만들어오고 있다. 특히 테오 얀센의 ‘해변동물’ 연작은 전기 동력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적인 바람이나 물의 힘으로 기계장치가 스스로 움직이는 경이로운 ‘예술생명체’를 탄생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이러한 독특한 작품 탄생에는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가 계기가 되었다.
그의 작품 단계는 재료나 작동 원리에 따라 글루톤기(1990~1991), 코르다기(1991~1993), 칼리둠기(1993~1994), 테피데엠기(1994~1997), 리그나툼기(1997~2001), 바포룸기(2001~2006), 케레브룸기(2006 이후) 등으로 구분되는데, 각 단계마다 그의 작품은 ‘과학적·물리적·생물적 진화’를 거듭하며 변화 발전해왔다. 테오 얀센의 작품은 모두 ‘무생물’로 구성되어 있지만, 자신의 작품을 ‘생물체’로 규정하고, 생물학의 분류 체계를 사용하여 실제 생물처럼 라틴어식 속명(Genus name)과 종명(Species name)을 붙인다. 그의 작품명에 공통적으로 붙여진 속명인 ‘아니마리스(Animaris)’는 라틴어로 ‘바다의 동물’이라는 뜻이다.
코르다(Chorda)기에 해당하는 그의 초기 작품 ‘아니마리스 쿠렌스 불가리스(Animaris Currens Vulgaris, 1991)’는 ‘아니마 불가리스(Animaris Vulgaris, 1990)’ 다음으로 제작한 최초의 스스로 걷는 기계 생명체로서, 이 작품을 통해 ‘테오 얀센 메커니즘’이 구체화되어 탄생했다. 테오 얀센이 오랜 기간 동안의 연구와 1500개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개발한 이상적인 걷는 동작 메커니즘(크랭크 회전축과 링키지로 구성)은 11개의 막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의 ‘해변동물’ 작품에 공통적으로 사용된다. 테오 얀센은 이 메커니즘에서 각각의 막대 길이와 비율을 ‘성스러운 숫자(Holy numbers)’라고 명명하고, 이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픈 소스(Open source)로 세상에 공개했다.
뇌를 의미하는 케레브룸(Cerebrum)기의 작품 ‘아니마리스 페르치피에레 프리무스(Animaris Percipiere Primus, 2006)’는 가로 길이가 10미터에 이르는 대형 작품이다. 학명(Scientific name)으로 ‘첫 번째 감지하는 바다동물’이라는 뜻으로 물과 모래를 감지하는 ‘감각기관’을 갖고 있으며, 이에 따라 움직이는 방향이 전환되는 구조를 가진 첫 번째 작품이다. 테오 얀센의 또 다른 대표작 ‘아니마리스 우메루스(Animaris Umerus)’는 바람과 함께 페트병에 저장된 압축공기를 동력으로 하여 움직이며, ‘어깨 달린 바다동물’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 작품은 2009년 한국 전시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었으며, 재활용 소재와 친환경 동력을 사용하는 작품의 예술성과 가치를 인정받아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제정한 에코 아트 어워드(Eco Art Award)를 수상하는 계기가 되었다.
테오 얀센이 창조한 키네틱 아트 ‘해변동물’의 의의는 작품의 규모나 구동 메커니즘의 독창성뿐만 아니라, 공학과 예술의 상상력 넘치는 융합을 통해 생명과 로봇 공학에 대하여 새로운 관점과 성과를 제시했다는 점에 있다. 그는 “언젠가는 ‘해변동물’들이 바닷가를 자유롭게 걸어 다니며, 번식하며, 무리를 이루어 살게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세계 각국의 수많은 사람들은 인터넷에 공개된 테오 얀센 메커니즘 ‘홀리 넘버’를 활용하여 다양하게 ‘해변동물’을 새롭게 만들고, 변화시키고, 즐기고, 체험하며, 공유하고 있다. 이는 분명 ‘예술생물체’로서의 새로운 진화와 자기증식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과 공존하는 ‘위대한 몽상가’, 테오 얀센의 놀라운 작품 세계는 유튜브<관련 동영상>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상, 출처; 사이언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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