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말로, (1901~1976)
서구문명의 한계와 미지의 나라에의 동경 및 행동에의 의지를 그린 『서구의 유혹』(1926)을 발표, 귀국했다. 저서는『정복자』,『인간의 조건』, 르포르타주 소설의 걸작 『희망』등이다. 전체주의가 대두하자 지드 등과 반파시즘 운동에 참가하였다. 드골 정권하에서 정보·문화 장관을 역임했다. 그의 소설은 1930년대 행동하는 문학에서 찾아볼 수 있다. 행동주의문학으로 대표되는 문학 경향은 현실에 투사하는 행동 속에서 새로운 인간 존재 방식을 찾으려 노력하였다. 정치적 갈등과 긴장이 연속되는 현실에서 또한 불안과 호기심으로 가득 찬 모험정신의 모습을 실현하려 했다. 2차대전 중엔 드골 장군에 협조했고, 전후엔 드골 내각에서 문화상을 역임했다. 1927년의 상하이의 쿠데타를 그린 <인간의 조건>(1933)으로 1933년도에 콩쿠르상을 수상했다. 말로는 “나의 오른 편에는 천재적인 친구 말로가 있고 또 앞으로도 언제나 거기에 있을 것”이라고 드골이 말할 정도로 신임을 받았다. 1970년 드골이 세상을 떠나자 말로는 tv 연설에서 “그 인간의 시대와 함께 나의 시대도 끝났다”고 했다. 앙드레 지드는 “말로 앞에 가면 자신이 별로 영리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했고, 모리악은 “생존해 있는 작가들 중 가장 위대하고 독특한 작가”라고 했으며 라쿠튀르는 “그가 다녀온 지평에서는 항상 바람이 다르게 분다”고 했다. 말로는 19세기말부터 시작된 니힐리즘의 영향 속에 양차 세계대전을 바라보면서 정신적 무정부 상태에 빠져 절망과 불안에 위태해진 서구문명의 위기를 통찰하고, 행동으로 싸워 나갔다. 그의 문학은 행동하는 집념이 집약 된 ‘인간의 운명과 죽음’에 대한 진정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생사를 넘나드는 절망과 공포의 극한 속에 처한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과 부조리한 생에 대한 절박한 의식을 말로는 예리하게 담아내고 있다. 자신의 운명과 투쟁하면서 죽음과 마주하는 ‘인간조건’의 극복을 그린점이 말로의 위대성이다. 1958년 문화부 장관이 되어 오래 일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정복자들 les conquerants』, 『인간 조건』, 『모멸의 시대』, 『희망』, 『침묵의 소리 les voix du silence』(『예술심리학』의 개정판), 『신들의 변신 la metamorphose des dieux』, 『전세계 조각의 상상적 박물관 le musee imaginaire de la sculpture mondiale』, 『반(反)회고록 antimemoires』 등이 있다.
『인간의 조건』la condition humaine
혁명의 혼란기를 살아가는 인간들이 죽음을 겁내지 않고 용감히 행동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말로의 행동주의 문학의 기조(基調)이다. 장제스(蔣介石)가 공산당을 이용하여 상하이(上海)에서 북방군벌(北方軍閥)을 몰아내고 즉각 공산당을 탄압한 1927년의 상하이 쿠데타를 배경으로 하여, 연대적(連帶的)인 행동의 중심 속에서도 고독감에서 헤어날 수 없는 테러리스트 첸(陳), 고독에 사로잡히면서도 집단적 행동과 우애(友愛) 정신 속에서 그것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혼혈아 기요(淸), 강철 같은 의지를 지닌 혁명가 카토프와 같은 주요 인물 외에, 기요의 아버지이며 아편중독자인 대학교수, 권세욕과 에로티시즘의 화신(化身) 같은 자본가, 공상과 기행(奇行) 속에서 현실을 잊으려는 성격 파탄자, 공산당에 대한 증오에 불타는 비밀 경찰서원 등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줄거리
중국 공산당 지도 아래 있는 노동자들이 무장 봉기를 하는 데는 무기가 필요했다. 무기는 정박 중인 외국 배에 실려 있고, 그것을 손에 넣기 위해선 무기 매매 서류가 있어야만 한다. 테러리스트인 첸은 무기상인 데옌다를 암살하고 서류를 빼앗는 데 성공한다. 혁명의 경험이 있는 러시아인 카토브가 배에서 무기를 무사히 탈취하여 폭동대를 무장시킨 뒤 무기고 점거, 다리 파괴 등 음모와 암살을 감행한다. 폭동이 성공한 듯했으나 북벌군 토벌을 위해 일시적으로 합작했던 정부군과 중국 공산당의 갈등과 분열이 표면화되면서 국ㆍ공 합작은 결렬될 위기에 놓인다. 이에 북경대학 교수였던 프랑스인 지조르와 일본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폭동의 주요 인사인 기요는 인터내셔널 자부로 찾아가서 공산당의 입장을 표명하지만, 대표부는 정부군인 장개석을 지지하고 나섰으며, 기요에게 무기 반환을 요구한다. 이에 장개석 암살을 계획하게 되고 함께 피를 흘리며 싸우면서도 고독을 떨쳐버리지 못하던 첸은 폭탄을 안고 장개석이 타고 있던 자동차 밑으로 뛰어들어 죽고 만다. 한편, 주동자인 기요와 카토프도 체포된다. 아버지 지조르와 아버지 친구가 경찰 특무반에 있는 쾨니히에게 기요의 구명을 탄원하고, 쾨니히는 기요에게 배반할 것을 종용한다. 기요는 이를 단호히 거절하면서 “동지애에 넘친 열리는 속삭임 속에서 죽는 죽음, 참담한 피투성이의 전설이 나중에 찬란한 황금의 전설로 변모할 것이다.” 라며 후대에 이어질 혁명과 개죽음을 당하지 않기 위해 청산가리를 마시고 혁명가로서 당당히 죽음을 택한다. 기요가 죽자 그의 아내 메이는 지조르에게 모스크바로 가서 다시 혁명을 시작하자고 한다. 그러나 지조르는 이들 기요의 죽음과 함께 자신에게는 이미 마르크시즘이 죽었다고 하며 가기를 거부한다. 지조르는 아편 속에서 일체의 번뇌와 괴로움을 잊고 관조자적인 삶으로 일관한다.
감상
주요 등장인물인 첸, 기요, 카토프 모두가 생사의 기로에서 인간 조건에 대한 집념의 몸부림을 보인다. 서로 동지애를 느끼면서도 똑같이 깊은 고독감을 벗어나질 못한다. 그러나 폭탄을 안고 자동차로 뛰어드는 첸, 청산가리를 마시고 자살하는 기요, 화형대(火刑臺)로 끌려가는 카토프, 이들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의지에 찬 행동은 인간에 대한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한편, 아들 기요의 죽음과 함께 혁명에서 떠난 지조르는 모든 것에서 해방되고 인간으로 산다는 것에서까지도 해방되는 관조자로서 일관하는데, 이 작품에서 작가가 의도한 바는 인간의 조건을 넘어, 즉 자기를 초월하고자 하는 삶의 보편성과 영원성을 제시하고자 했던 것이다. 기요와 지조르는 각각 인간의 조건을 극복하기 위한 방향을 시사하고 있는 듯하다. 기요는 관념이란 단지 시고의 세계에 멈추는 것만으로는 소용이 없고, 실제로 활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인간이란 ‘그가 한 일과 할 수 있는 일과의 총화’로 파악하고 자신의 숙명과 대결하여 인간의 모습을 찾고자 한다. 한편, 지조르는 지성을 중시하고 의식적으로는 혁명을 지지하나, 아편에 중독되어 무관심 속에 살아간다. 그러나 그는 일본인 화가를 통해 동양적 명상에 의한 태평한 세계를 알고, 행동하지 않고도 죽음을 만들어내는 가능성이 있음을 깨닫는다. 작가는 행동과 명상(冥想)이라는 두 개의 상반된 길을 통해 인간의 조건을 시사하고 있다.
이상, 출처; 독서신문
이상, 출처; 독서신문
'알고 살아가자 > 사람과 예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 자크 루소... 어린 시절 (0) | 2020.03.03 |
---|---|
루소와 에밀 (0) | 2020.03.03 |
앙드레 말로, 인간의 조건 (0) | 2020.03.03 |
솔제니친 (0) | 2020.03.03 |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0) | 2020.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