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살아가자/사람과 예술

루 살로메와 니체... 그리고

BK(우정) 2020. 3. 2. 06:42

욕망과 위선과 가식의 뒤범벅 속에서 고뇌하고 방황하는 현재의 인간들을 보면서 누군가 무덤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을 것 같다. “거봐, 난 그렇게 될 줄 알았어.” ‘19세기에 20세기를 살다 간 사람’ ‘예언가의 운명을 타고 난 사람’ ‘세상과 통념을 비웃었던 문제적 인간’ ‘평생 각종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철학자’…. 한 사람에게 이렇게 많은 수식어가 붙기도 힘들 것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철학자 중 한명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에 대해 알면서도 잘 알지 못한다. 그의 책처럼 난해하고 쉽게 정의내리기 힘든 인물이다. 마틴 하이데거, 카를 야스퍼스, 슈테판 츠바이크 등 저명한 철학자와 작가들이 저마다 니체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니체는 어렵다.

니체에 대해 구체적인 팩트로 그나마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그의 불행했던 ‘치정’의 역사 정도다. 그는 지독한 ‘사피오 섹슈얼’(상대의 지성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니체가 ‘똑똑한 여인’ 루 살로메에게 푹 빠져 “우리가 어느 별에서 내려와 여기서 만나게 되었지요”라는 말을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지금 들으면 좀 낯 간지러운 멘트일 수 있지만, 저 두 사람의 만남을 그 이상 어떻게 표현할까 싶다. 고독한 천재가 사랑에 빠질 수 있는 대상은 무척 제한적일테니, 자기 앞에 나타난 루 살로메가 니체는 얼마나 반가웠겠나.

그는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그녀를 독점하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깊은 절망과 광기에 빠져든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실연의 절망과 고통 속에 니체 인생 최고의 역작이 탄생한다. 바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이하 ‘차라투스트라’)다. 차라투스트라는 일종의 서사시로, 니체 본인도 무척 자랑스러워했던 책이다. 10년간 산 속에서 명상을 한 차라투스트라가 인간 세계로 내려와 자신의 지식과 철학적 메시지를 설파하는 내용이다. ‘영원 회귀’ ‘권력에의 의지’ 등 니체의 주요 철학이 등장한다. 차라투스트라는 문학이면서도 철학서이고, 예언서다. ‘만인을 위한 그리고 어느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책’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만인을 위해 쓴 책이지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책은 아니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상, 출처; 영남일보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191026.010160819130001


미모와 지성으로 세기의 천재들을 사로잡고 쥐락펴락하던 루 살로메(1861~1937). 루는 1861년 2월 12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군인의 딸로 태어나고 취리히 대학에서 종교와 철학을 전공한 재원(才媛)이었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와 사귀고 17세 연상인 니체와 니체의 친구인 파울 레를 만나 사랑을 나누고 14세 연하인 시인 릴케를 애인으로 두었다.

여기 사진 한 장이 있다. 두 남자가 수레 앞에 서 있고 뒤에 선 여성은 채찍을 들었다. 두 남자는 파울 레와 니체, 조련사처럼 채찍을 든 여성은 루 살로메다. 루는 연적(戀敵)인 두 남자와 스위스 루체른에서 찍은 사진을 남겼다. 니체와 파울 레는 루에게 구애했다가 거절당했다. 그 뒤로 세 사람은 기묘한 동거를 하며 이탈리아 전역을 몇 달 동안 여행했다.

니체가 먼저 떠났다. 루가 자살 소동을 벌이며 청혼한 칼 안드레아스와 결혼을 선언하자 파울 레도 루의 사진 한 장을 품고 떠났다. 루는 성관계가 없는 부부생활을 하며 분방한 연애를 이어갔다. 니체는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완성하고 토리노에서 머물 때 발작을 일으켰다. 그 뒤 니체는 11년 동안 정신병원을 들락날락하다가 죽고 니체가 죽은 이듬해에 파울 레도 스위스 남동부의 한 산에서 골짜기로 몸을 던져 자살했다. 그 사이 루는 니체와 관련된 책을 써서 유명해졌다. 한편에선 불행에 빠진 연인을 이용한다는 비난도 높았다.

프로이트는 "그토록 빨리 그토록 훌륭하게 그토록 완벽하게 나를 파악한 사람은 만나 보지 못했다. 니체는 루를 악마라고 했는데 그 말에 동의한다"고 했다. 루에게는 뮤즈이자 팜파탈이라는 낙인이 찍혀버렸지만 사실은 그 누구의 소유도 아닌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고자 했던 게 아닐까. 유럽에 전쟁의 기운이 스멀스멀 번지던 1937년 1월 5일 루 살로메는 독일 괴팅겐의 자택에서 조용히 생을 마쳤다.

이상, 출처; 조선 오피니언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20/201902200336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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