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의 한 동네에서 갑자기 ‘펑’ 하는 폭발 소리와 함께 유리 파편이 튀고 주민들이 놀라 도망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폭발의 진원지는 세탁소로 밝혀졌으며, 원인은 드라이 클리닝한 세탁물을 회수 건조기에 넣고 말리는 과정에서 생겨난 유증기에 정전기(Static electricity)가 발생, 폭발한 것으로 밝혀졌다. 회수건조기란 석유계 용제인 공업용 솔벤트 5호로 세탁한 옷을 넣고 건조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한 유증기를 밖으로 즉시 배출하지 않고, 모아서 회수하는 장치로 지난 2006년부터 도입이 의무화된 장비다. 그러나 이 건조기 내부에 유증기가 많이 모이면 정전기 발생 위험이 커지고, 실제로 폭발 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세탁소와 대형 공장, 실험실 등의 화재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정전기는 은밀한 방화범으로 손꼽히고 있다. 정전기는 특히 차고 건조한 겨울철에 느닷없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전체 화재 건수에 비해 점유율은 낮지만 한번 발생하면 엄청난 인명과 재산 피해를 가져오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위험성에 비해 그 실체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바로 정전기이다.
느닷없는 정전기의 기습, ‘ESD’ 현상
미국에는 싼 요금 때문에 셀프 급유가 인기를 얻고 있어 많은 운전자들이 셀프주유소로 몰리고 있다. 그런데 이 셀프주유소는 한 가지 큰 문제점을 갖고 있다. 셀프주유소에서 자기 차에 급유를 하던 한 미국인은 평생에 한번 겪을까 말까한 위험한 일을 당했다. 자동차에 기름을 넣는 중에 급유구 부근이 갑자기 ‘펑’하고 폭발하며 불길이 치솟은 것. 사고 후 이 지역 경찰은 “화재의 원인은 자동차 급유 중 사람의 몸에서 발생한 정전기가 증발한 가솔린 유증기에 옮아 붙었기 때문이다”고 공식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급유 중에 담배를 피우거나 라이터를 켜지 않아도 기름이 정전기에 의해 인화돼 폭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것이 바로 정전기 방전(ESD) 현상이다.
정전기는 양전하나 음전하가 한 곳에 몰려 있는 전기를 말한다. 주로 두 물체 간에 마찰이 발생하면 한 물체에는 양전하가 다른 한 물체는 음전하를 띠게 된다. 이 대전된 물체는 방전을 통해 중성화하려는 성질이 있어 저항이 가장 작은 쪽으로 급속한 방전이 이뤄질 수 있다. 이때 급속한 방전으로 급전류가 흐르고, 이 전류는 열로 나타난다. 이 뜨거운 열이 폭발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 이 현상이 바로 ESD 현상이다.
남자보다 여자가 더 위험?
미국 석유장비회사 PEI(Petroleum Equipment Institute)는 정전기에 의한 화재 150건의 사고를 조사한 결과,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 첫째가 사고를 당한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여성들이 화학섬유로 만들어진 의류를 많이 입고 있기 때문에 화학섬유와 자동차 좌석간의 마찰이 쉽게 정전기를 발생시켰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가 정전기 현상중에 가장 흔한 마찰대전(triboelectric charging)이다. 즉 두 물체가 서로 마찰하는 효과로 인해 대전되며, 이외에도 접촉, 박리, 충돌, 변형, 변태, 이온흡착 등에 의해서도 정전기가 발생, 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두 번째는 급유중 대부분의 운전자가 운전석에 들아갔다 주유가 끝난 후 차량 밖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이들이 주유기를 만지는 순간 정전기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 세 번째는 사고 피해자 대부분이 고무재질로 만들어진 신발을 신고 있었다는 것이다. 즉, 인체에 충전된 정전기의 방전이 신발을 통해 일어나는데 고무재질의 신발이 충전된 정전기의 방전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인체와 전자제품에도 위해성
사고뭉치인 정전기는 인체의 면역력까지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 발표된 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인체에 3시간동안 정전기가 흐르면 체내 칼슘량이 약 1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칼슘은 인체에 축적된 낙산, 초산, 아세트산, 젖산 등과 같은 노폐물을 제거 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 기능이 저하되면 인체는 알칼리에서 산성으로 바뀌어 결국 각종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급격히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정전기는 전자제품의 고장의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전자소자의 소형화, 집적화 추세로 인해 정전기의 피해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전자제품에 대한 정전기 피해는 1960년대 초반부터 알려져 있었다. 전문가들은 “전자제품의 경박단소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전자소자가 갈수록 더 작아지고 있다”며 “전자제품이 감당할 수 있는 전력이 아주 작아진 반면에 ESD에 의한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소자의 집적화로 인해 전자제품 내부의 미세한 구조가 정전기에 의해 파괴되는 일이 잦아졌다. 따라서 정전기 방지기술도 급격한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데 주로 방전통로를 늘려줌으로써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이온화장치(Ionizer)를 사용해 주위공기를 이온화시켜 코로나 방전을 증가시키거나, 표면의 전도성을 늘리는 방법 등이 사용되고 있다. 또한 실제 작업장에서의 정전기 방지책으로 표면이나 체적의 전도성을 높여 주는 방법 등도 있다.
이상, 출처; 사이언스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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