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살아가자/일상의 상식

잠, 잠의 세계로~

BK(우정) 2020. 2. 13. 16:24

‘파레토 법칙’은 흔히 80대 20 법칙으로 불린다. 원래는 ‘20%의 사람이 전체 부의 80%를 가지고 있다’는 식의 부의 분배에 대한 개념인데 묘하게도 다른 많은 영역에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20%의 직원이 전체 일의 80%를 한다’는 식이다. 지난달 ‘생체리듬의 과학’이라는 책을 읽다가 문득 파레토의 법칙이 떠올랐다. 우리가 투입할 수 있는 역량의 20%만 신경 써도 얻을 수 있는 건강 이익 최댓값의 80%까지는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생체리듬에 맞는 생활습관을 들이면 힘든 운동이나 다이어트, 보약 챙겨 먹기 등을 하지 않아도 대체로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저자는 생체리듬 분야의 권위자인 미국 소크생물학연구소의 사친 판다 박사로 오늘날 만연한 만성질환은 대부분 생체시계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결과라며 튼튼한 생체리듬을 유지할 수 있는 ‘간단한’ 습관 4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수면과 시간제한 식사법, 운동, 적절한 햇빛 노출이다. 이들 습관은 시작할 때가 좀 힘들지 곧 익숙해진다. 우리 몸에 새겨진 자연의 리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제한 식사법(하루에서 음식을 먹지 않는 기간을 12시간 이상 유지)이나 운동과 햇빛 노출(산책을 하면 동시에 충족된다)은 결국 제대로 잠을 잘 수 있게 하는 조건이다. 잠을 잘 자면 건강의 80%는 먹고 들어간다는 말이다.  


저녁형 인간은 없다

 

필자는 평소 이 주제에 관심이 많고 글의 소재로 여러 번 다뤘음에도 책에는 새로운 통찰을 주는 내용이 적지 않았다. 예를 들어 외출할 때 습관적으로 선글라스를 끼는 건 생체시계를 혼란시킨다. 안 그래도 주로 실내에서 생활해 눈에 들어오는 빛의 세기가 충분하지 않은데 바깥에서도 선글라스로 빛을 차단하면 기준 생체시계인 시교차상핵(SCN)이 혼란을 느낀다는 것이다. 눈을 보호한다는 청색광 차단 안경도 주의를 요한다. 하루 종일 쓰면 역시 시교차상핵이 내내 밤이라고 해석해 갈피를 잡지 못한다. 뇌는 빛에 포함된 파란색 파장을 감지해 낮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색광 차단 안경은 저녁과 밤에만 써야 한다.

 

필자가 가장 놀란 건 과학상식으로 알고 있던 ‘아침형 인간’ ‘저녁형 인간’이 엉터리라는 얘기였다. 판다 박사는 대중매체 때문에 이런 잘못된 개념이 널리 퍼졌다며 ‘진짜’ 새벽형 인간 같은 드문 유전적 변이를 지닌 경우를 빼면 거의 모두 아침형 인간이라고 설명했다. 저녁형 인간은 습관이 그렇게 든 결과일 뿐이라는 말이다.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처럼 인공조명이 없는 오지에서 몸을 쓰며 생활하다 보면 며칠 안 가 다들 아침형 인간이 된다고 덧붙였다. ‘놀 땐 놀고 공부할 땐 공부하자’는 말이 있듯이 낮에 왕성하게 활동하고 저녁에 차분하게 하루를 정리해야 밤에 쉽게 잠들 수 있다는 말이다. 피로의 지표인 아데노신 축적, 수면을 촉진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 등 수면을 유도하는 여러 신호가 같은 시간대에 강해지는 리듬을 타기 때문이다. 


불면증을 완화하는 행동요법 가운데 하나가 잠들기 전 의식(절차)을 마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구를 정리한 뒤 화장실을 다녀와 물 한 모금 마시고 잠자리에 드는 식이다. 신체 활동이 단계적으로 줄어들어 한동안 정적으로 깨어 있는 상태가 돼야 SNr Gad2 뉴런의 신호도 먹힌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런 의식이 꽤 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하 중략)


이상, 출처; 동아 사이언스

http://dongascience.donga.com/news/view/34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