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해질녘, 북악을 오르다

BK(우정) 2019. 8. 15. 08:26




해질녘, 북악을 오르다

 

산 그늘이

마을을 덮어 갈 무렵

갱도 속을 향하는 탄차처럼

어둠이 되어 북악을 오른다.

 

그림자보다 빛이 두렵다 말한 이는

어둠의 아늑함을 진즉 알았을 터이다

 

석양을 뒤로 하고 오르는 산은

어둠이다

 

긴 고요 속에

숲과 나무는 광합성을 멈추고

둥지 속 산새와 함께

침잠한다

 

어쩌다 오가는 인적이라도

스치는 인연이라 감히 일컫지 못한다

 

모두가 내려가 버린 산을 찾는 이는

빛이 두려워, 인연이 두려워

어둠을 찾아온 사연일 터

 

그늘 속에서 홀로

남 모를 아픔을 캐어 내는

그림자로 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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