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풍수원 성당

BK(우정) 2019. 8. 13. 03:27




풍수원 성당

 

 

설악을 향할 때는

늘 횡성 가는 국도를 탄다

 

젊은 날부터

마음의 위안이 되어 왔던 곳

 

마을 입구에는

코스모스가 피고

청국장 내음이 흐른다

 

마을 어귀에 차를 세우고

성당 가는 길을 오르다 보면

 

꽃 장식된 다리

숲에 묻힌 작은 지붕들

밭일 중에 숨을 고르는 아낙의 자취

 

200여년전 신유박해

모르는 이들은 외진 곳을 찾았고

세월이 흘러 그들만의 성을 올렸다

 

성당 곁에는

아름드리 느티나무

뒤뜰로 거닐면 늘 그 자리

 

변치 않는 웃음

가슴에 담기는 그 말

성모 마리아를 만난다

 

산등성이

십자가의 길을 걸으면

계절에 어울리는 바람이 불고

 

작은 언덕을 오르면

바람만이 홀로 머무는 곳

슬픈 그리스도를 나는 본다

 

언덕을 내려오는 길

일찍 핀 보라색 들꽃 무리

지난해 만난 그들의 후예

 

맺힌 것들을 두고

그리운 것들을 보내고

풍수원 성당을 뒤로 하는 시간

 

누구인가 떠날 때

생활이 어깨를 무겁게 누를 때

삶의 외로움이 안개로 밀려올 때

 

풍수원 성당에 들르기 위해

나는 설악을 향한다


'우정의 글 > 우정 시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헤이리에 가면  (0) 2019.08.16
해질녘, 북악을 오르다  (0) 2019.08.15
콘스탄티노플  (0) 2019.08.03
카프카를 읽다  (0) 2019.08.02
카페 하벨카  (0) 2019.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