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고해

BK(우정) 2019. 5. 21. 05:15




고해

 

 

세상이 내게 이별을 고하고

동행하여 검은 그림자마저 나를 외면할

검은 , 검은 들판 위의

흰빛 십자가 아래로 간다

 

곳에서

나보다 먼저 잊혀진 이들을 만나고

나의 위로가 그들에게 위안이 되고

그들의 위안이 내게 위로가 되기를 갈구하는데

 

꺾인 구부린 나를 내려다보는 담쟁이 넝쿨은

오래된 대리석 벽에 발톱을 박으며 더욱 높이

뾰족탑 십자가의 절반 이상을 타고 올라

마지막 남은 흰빛마저 검은 빛으로 드리운다

 

마지막 시각, 존재의 이유가 떠나는 시각

적막과 허무는 담쟁이 넝쿨의 줄기를 타고 내려와

뿌리를 지나, 반쯤 무너진 묘비 아래를 비집고

낡은 구두의 뒷굽을 파고 든다

 

두려움으로 예측되었던 비애는

고갈된 나를 죽음보다 깊은 잠으로 밀어 넣고

검은 아래, 담쟁이 넝쿨은 십자가를 타고

검은 하늘, 구름에 가린 달을 향하여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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