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문학촌~ 전시실에는
이승훈 시인~ 추모 시화전~ 을 열리고 있다
사실, 그의 명성보다는
젊은 날, 종로 피맛길~
민속주점 벽지 위~ 그의 시~ '너를 본 순간'~
그 한편으로만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는 있었다
잊은 줄로만 알았던~
그를 여기서 만나니~ 의외이다
춘천 태생인 듯~
한시간 여~ 전시실에 머물렀다
몇 점, 추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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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본 순간/이승훈
너를 본 순간
물고기가 뛰고
장미가 피고
너를 본 순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너를 본 순간
그동안 살아온 인생이
갑자기 걸레였고
갑자기 시커먼 밤이었고
너는 하아얀 대낮이었다
너를 본 순간
나는 술을 마셨고
나는 깊은 밤에 토했다
뼈저린 외롬 같은 것
너를 본 순간
나를 찾아온 건
하아얀 피
쏟아지는 태양
어려운 아름다움
아무도 밟지 않은
고요한 공기
피로의 물거품을 뚫고
솟아 오르던
빛으로 가득한 빵
너를 본 순간
나는 거대한
녹색의 방에 뒹굴고
태양의 가시에 찔리고
침묵의 혀에 싸였다
너를 본 순간
허나 너는 이미
거기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