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삶/그날, 거기에는

김유정 문학촌~

BK(우정) 2018. 10. 13. 12:27

김유정 문학촌~ 전시실에는

이승훈 시인~ 추모 시화전~ 을 열리고 있다

사실, 그의 명성보다는

젊은 날, 종로 피맛길~

민속주점 벽지 위~ 그의 시~ '너를 본 순간'~

그 한편으로만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는 있었다

잊은 줄로만 알았던~

그를 여기서 만나니~ 의외이다

춘천 태생인 듯~

한시간 여~ 전시실에 머물렀다

몇 점, 추려본다

 

너를 본 순간/이승훈

 

너를 본 순간

물고기가 뛰고

장미가 피고

너를 본 순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너를 본 순간

그동안 살아온 인생이

갑자기 걸레였고

갑자기 시커먼 밤이었고

너는 하아얀 대낮이었다

너를 본 순간

나는 술을 마셨고

나는 깊은 밤에 토했다

뼈저린 외롬 같은 것

너를 본 순간

나를 찾아온 건

하아얀 피

쏟아지는 태양

어려운 아름다움

아무도 밟지 않은

고요한 공기

피로의 물거품을 뚫고

솟아 오르던

빛으로 가득한 빵

너를 본 순간

나는 거대한

녹색의 방에 뒹굴고

태양의 가시에 찔리고

침묵의 혀에 싸였다

너를 본 순간

허나 너는 이미

거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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