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삶/그날, 거기에는

우화의 강 / 마종기

BK(우정) 2022. 5. 4. 21:44

 

우화의 강/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않아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결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 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예술과 삶 > 그날, 거기에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이  (0) 2022.05.09
순간의 축복  (0) 2022.05.08
의지  (0) 2022.04.23
동심  (0) 2022.04.22
고흐의 별  (0) 2022.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