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라지 뱃사공아 날 좀 건네 주게
싸릿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쌓이지
사시장철 님 그리워서 난 못살겠네'
정선 아리랑의 가사가 흐르는 아우라지
두 개의 물줄기가 만나 조양강이 되는 곳
한강을 향해 머나 먼 길을 나서는 곳
검은 광부가 삶의 뿌리를 캐던 역
나의 고향 제천으로 가는 낡은 기차가
백두대간을 넘어 힘겹게 돌아서는 역
그림자는 길어만 가는데
나는 떠날 줄을 모르고
금빛 열차는 햇살에 반짝이는데
햇빛도 잠시, 밤은 왔다
아우라지역
물길은 만났어도
인연은 만나지 못한 곳
아우라지 나루터에
기차가 멈춘다
그림자는 길어져 가고
갈 길은 먼데
떠날 줄 모르는 기차
금빛으로 반짝이는데
언제 떠날지
언제까지 머무를지
서산을 넘는 해
날은 어두워지는데
나그네가 되어
거닐어 보는 풍경
움츠린 잎새들 사이로
햇살이 잘게 부서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