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따라/여행, 어디론가

아우라지역

BK(우정) 2014. 11. 24. 05:57

'아우라지 뱃사공아 날 좀 건네 주게

싸릿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쌓이지

사시장철 님 그리워서 난 못살겠네'

 

 

정선 아리랑의 가사가 흐르는 아우라지

두 개의 물줄기가 만나 조양강이 되는 곳

한강을 향해 머나 먼 길을 나서는 곳

 

 

검은 광부가 삶의 뿌리를 캐던 역

나의 고향 제천으로 가는 낡은 기차가

백두대간을 넘어 힘겹게 돌아서는 역

 

 

그림자는 길어만 가는데

나는 떠날 줄을 모르고

 

그림이 된 사진

 

금빛 열차는 햇살에 반짝이는데

햇빛도 잠시, 밤은 왔다

 

 

아우라지역

 

물길은 만났어도

인연은 만나지 못한 곳

아우라지 나루터에

기차가 멈춘다

 

그림자는 길어져 가고

갈 길은 먼데

떠날 줄 모르는 기차

금빛으로 반짝이는데

 

언제 떠날지

언제까지 머무를지

서산을 넘는 해

날은 어두워지는데

 

나그네가 되어

거닐어 보는 풍경

움츠린 잎새들 사이로

햇살이 잘게 부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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