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살아가자/일상의 상식

'코로나 19'와 '코비드-19'

BK(우정) 2021. 9. 1. 04:00

지난 2019년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의 집단발병이 처음 보고된 뒤 대규모 감염 사태가 600일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 매일 확진자 수를 확인하고 외출할 때마다 마스크를 챙기면서 어느새 코로나19는 이제는 우리의 일상이 됐다. ‘코로나19’란 용어를 하루 중 듣지 않는게 어색할 정도다. 하지만 정작 코로나19는 한국인에게서만 통용되는 말이다. 해외에선 사용되지 않는다. 한국을 제외한 해외에선 ‘코비드-19(Covid-19)’란 말로 쓰인다. 같은 질병을 가리키는 서로 다른 용어는 혼란을 주기 마련이다. 혼란은 결국 정보의 이해도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국민 1000명에게 ‘코로나19와 코비드-19를 구분해 설명할 수 있는 지’를 물었더니 결과 84.7%가 ‘설명할 수 없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질병을 지칭하는 서로 다른 용어가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동아사이언스가 설문조사업체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이달  5일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에게 ‘코로나19'와 '코비드-19'를 구분할 수 있는지를 질문한 결과 84.7%가 ‘설명할 수 없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상 같은 개념의 두 용어에 대해 응답자의 10명 중 8명 이상이 정확히 모르고 있는 셈이다. ‘설명할 수 있다’고 답한 15.3%에게 주관식으로 설명해달라고 물었더니 ‘다른 질병’, ‘코로나19는 바이러스 이름이고 코비드19는 감염 상황’, ‘변이까지 통틀어 코비드-19라 표현’ 등 다양한 오답이 나왔다. 국민 대다수가 ‘코로나19’와 ‘코비드-19’를 구분하지 못하거나 아예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는 전국의 성인 남녀 500명씩 참여했다. 20대부터 50대까지 세대별로 250명씩 포함됐다. 직업별로 직장인 679명, 무직과 기타가 106명, 전업주부가 130명, 대학생과 대학원생이 85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표본오차는 95%이고, 신뢰 수준에서 ±3.1%다. 

 

코로나19는 용어가 정립되기 전 국내에서는 '우한 폐렴' '신종 코로나' 등 다양한 용어로 사용됐다.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2월 공식 명칭으로 ‘코비드19’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정부는 그러나 지난해 2월 해외에서 사용하는 '코비드19' 대신 '코로나19'를 쓰기로 했다고 발표했고 이후 줄곧 이 용어를 정식 명칭으로 쓰고 있다. 이는  원래 이름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를 줄인 명칭이다.  김강립 당시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영어로 명명할 때는 코비드-19란 명칭을 따르지만 영어식 이름이 긴 편이어서 정부 차원에서 한글 표현을 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나름 쉽게 쓰기 위한 고려였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시도 그랬고 지금까지도 현장과 의학계에선 코비드-19라고 읽는 영어명과 연결성이 없는 영어 이름이 새로 등장해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영어식 표현이지만 실제로 통용되는 영어도 아니어서 해외와의 통일성도 없고, 그렇다고 코로나19가 코비드-19보다 국내에서 더 익숙한 신조어라 해외와의 통일성을 포기하더라도 도입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는 지적이다. 결국 우리말도 아닌 이상한 한국식 ‘콩클리시’나 ‘외계어’가 되어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이번 설문조사는 ‘갈라파고스’ 식 용어사용이 결국 국민들의 혼란을 가중했다는 점을 조금이나마 보여준다. ‘설명할 수 있다’고 답한 15.3%들에게 코로나19와 코비드-19의 차이를 주관식으로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더니 ‘코로나 바이러스 디재스터(Disaster∙재앙)’의 약자’, ‘코비드-19=우한폐렴, 코로나19=글로벌 재난’, ‘변이 여부의 차이’, ‘바이러스와 병증을 구분한 것’ 등 다양한 오답들이 나왔다. 한국인들은 해외에 나가서 코비드19가 무엇인지, 반대로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들은 코로나19가 무엇인지 혼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1917년 스페인 독감 이후 최악의 감염병으로 불리는 코로나19가 전세계에서 맹위를 지금도 떨치고 있는 상황에서도 각국은 지금도 실체 규명과 함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통해 과학적 성과들을 일구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지식들은 현장의 의사와 방역당국, 제약기업들 사이에 공유되고, 일부는 위기를 지혜롭게 넘기기 위한 정책 결정을 위해 대중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전에는 통용되지 않던 새로운 개념의 과학적 지식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국가의 중요한 방역 정책과 개인의 안전을 결정하는 민감한 시기라는 점에서 용어 선택과 순화에 더욱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노력은 언제나 매번 아쉬워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권재일 서울대 언어학과 명예교수(한글학회장)은 “정부의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정부 당국에서 담당 관리가 해당 용어를 썼을 때 정확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생각을 하고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명예교수는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쉽고 정확한 용어를 쓰려는 노력을 제일가치로 둬야 한다”며 “정부 당국과 언론, 국어 단체 학자들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 출처; 동아사이언스

[감염병 시대 우리말](하)한국만 쓰는 코로나19, 선택이 맞았나 : 동아사이언스 (dongascien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