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살아가며
사랑하며
가까이 두는 것이
행복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그리운 벗에게
편지 한 장이 만남보다 깊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정겹습니다
포근한 봄 바람보다
다소 스산한 겨울바람의
감촉이 좋으며
화사한 꽃보다
가을 나무의 단풍이 다가옵니다
먼 그대여
기다림보다
그리움이 더 애잔합니다
헤어짐보다
잊혀짐이 더 두렵습니다
살아가며
사랑하며
멀리 깊어만 갑니다
눈 덮인 먼산의 적막처럼
얼어붙은 호수의 심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