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살며, 사랑하며 (종로문학, 2020년)

BK(우정) 2021. 8. 2. 16:35

북한강

 

살며, 사랑하며

 

 

살아가며

사랑하며

가까이 두는 것이

행복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그리운 벗에게

편지 한 장이 만남보다 깊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정겹습니다

포근한 봄 바람보다

다소 스산한 겨울바람의

감촉이 좋으며

화사한 꽃보다

가을 나무의 단풍이 다가옵니다

 

먼 그대여

기다림보다

그리움이 더 애잔합니다

헤어짐보다

잊혀짐이 더 두렵습니다

 

살아가며

사랑하며

멀리 깊어만 갑니다

눈 덮인 먼산의 적막처럼

얼어붙은 호수의 심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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