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하오 세시 반
8월 어느 날
부산역에서 해운대로 가는 길
버스 창가에 앉으면
창 밖으로 지나는 풍경들
버스는 그저 그런 속도로 움직이고
풍경도 그렇게 뒤로 가는데
하오 세시 반은
하오 세시 반처럼 지나고 있네
풍경들은 우연히 마주쳐
기다린 듯 다가오며
저마다의 사연들 전하는데
무한한 시간의 이어짐에서
이토록 작은 파편들이여
우리 그 날들도
이렇게 지나간 풍경이었을까
나뭇잎 하나 창가에 닿듯이
그렇게 그저 남아있을까
우리 희미한 웃음들도
밤이 되면 한 구석이라도 밝힐까
저기 해변의 가로등처럼
그리고 잊은 듯 일어설까
저기 마린시티의 마천루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