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부산, 하오 세시 반

BK(우정) 2021. 8. 2. 07:32

 

 

부산, 하오 세시 반

  

8월 어느 날

부산역에서 해운대로 가는 길

버스 창가에 앉으면

창 밖으로 지나는 풍경들

버스는 그저 그런 속도로 움직이고

풍경도 그렇게 뒤로 가는데

하오 세시 반은

하오 세시 반처럼 지나고 있네

풍경들은 우연히 마주쳐

기다린 듯 다가오며

저마다의 사연들 전하는데

무한한 시간의 이어짐에서

이토록 작은 파편들이여

우리 그 날들도

이렇게 지나간 풍경이었을까

나뭇잎 하나 창가에 닿듯이

그렇게 그저 남아있을까

우리 희미한 웃음들도

밤이 되면 한 구석이라도 밝힐까

저기 해변의 가로등처럼

그리고 잊은 듯 일어설까

저기 마린시티의 마천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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