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밤, 외등 아래
빛이 떠난 자리, 어둠이 채우는데
차마 떠나지 못한 빛 한 조각
어둠을 두르며 비에 젖고 있네
언젠가 그 밤처럼, 내 모습처럼
산동네로 오르던 돌담에 기대어
진정 갈 길을 찾고 있던 날
하염없이 젖어들던 빗물이여
깊고 차갑게 두르던 어둠이여
한 발을 디디려 몸을 세워도
모르는 길은 전부가 두려움
돌아오는 법을 걱정하였네
결국은 외등 아래 길을 따랐네
모르는 길은 길이 아니라며
떠나면 돌아와야 한다며
초라한 명분을 찾던 날
어찌 그리도 어리석었던가
저 외등의 빛은 그 날의 빛
내리는 비는 그 날의 비
디딜 곳을 찾지 못한 걸음은
오늘도 외등 아래 헤매이고 있네